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내 채권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설명이라는 지적과 함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기업 자금 조달에 크게 뜻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은성수 위원장 '공개 서한' 보내 금융시장 문제제기 반박 설명
은 위원장은 6일 자신의 서명이 담긴 '공개 서한'을 보내 "0월 위기설, 00기업 자금난 같은 표현은 정부를 더 정신차리게 하지만, 한편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고 해당 기업이 더욱 곤란해지는 부분이 우려된다"면서 언론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먼저 금융위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업자금 위기설'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금 위기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이러한 위기설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이 있지만 불필요하게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의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CP(기업어음) 등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이미 손 볼 수 없을만큼 늦어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CP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CP와 CD의 금리차(스프레드)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CP와 CD 금리차는 134bp(1bp=0.01%)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CP와 CD 금리차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많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379bp까지 상승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단기자금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CP 시장 쪽은 험악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위가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 중인 4월 이후 기업 발행 희망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좋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CP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 발행 담당이 아닌 이상 분위기를 잘 모른다. 발행이 잘 된 걸 자세히 보면, 공사가 발행을 했거나 은행이 발행했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 것"이라면서 "문제가 되는 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지만 '유동성의 분절현상'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도 그렇고 은행에 돈을 뿌리고 있지만 크레딧 시장 쪽에 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CP 스프레드를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국내의 CP 시장 자체가 차이가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CP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큰 시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CP 금리 산출도 잘 안된다"면서 "금융투자협회에서도 '패널 조사'를 통해 증권사에 전화해 몇bp인지 물어보지만 실제 거래가 있는지를 보지는 않는다. 거래가 없으면 전날 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경색 상황에선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단기자금 시장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이란 건 댐과 비슷해서 졸졸졸 새면 거기서부터 확대되면 호미로 막을 것도 가래로 막을 수 있다"며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것인데, 금융당국 입장에선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실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