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줄에 놀이공원까지…'신천지 악몽' 되풀이되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에 지친 시민들 거리로 쏟아져
영업 재개한 강남 클럽 앞은 문전성시…놀이공원은 반값 할인 계속
인구 2천만 밀집된 수도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심→'폭발' 경고

네티즌이 촬영해 올린 5일 새벽 강남 한 클럽 앞에 늘어선 입장대기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수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됐지만 주말 거리는 이미 해당 지침을 잊은 시민들로 넘쳐났다. 이에 따라 또 한 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감염 '폭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3주차에 접어들자 시민들의 지친 기색이 상당하다. 제한된 공간인 집에서 떠나 점점 자유로운 외출과 만남, 사회적인 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SNS에는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면서 외출 모습을 찍어 올린 자조적인 해시태그 게시물로 넘쳐난다.

지난 5일 새벽, 한 달 만에 재개장한 서울 강남 한 클럽 앞에는 입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런 풍경을 목격한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관련 사실이 SNS에 널리 퍼졌다. 사진을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소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다.

보건당국은 바로 하루 전인 4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을 발표하면서 감염 위험이 높은 업종·시설에 대해서도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그러나 해당 클럽은 외부 줄서기 간격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못해 집단 감염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유흥시설로 분류된 클럽의 경우, 불가피하게 운영하려면 △ 시설 외부에서 줄 서는 경우 최소 1~2m 거리 유지, △ 종사자 및 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금지), △ 시설 내 이용자 간 최소 1~2m 거리 유지 등 세부 지침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인당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봄을 맞이한 놀이공원들은 할인행사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롯데월드는 4월 내내 청소년·대학생 대상으로 1일권을, 에버랜드는 오는 10일까지 청소년·대학생 종일 이용권을 반값 할인한다.


비록 놀이공원이 운영 중단 권고 시설은 아니지만 이용객 방문을 부추기는 할인 이벤트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국회 뒷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차량 및 보행자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다소 싸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벚꽃이 만개한 서울 및 수도권 공원들은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유명 벚꽃놀이 명소들의 통행이 전면 차단됐어도 답답한 시민들은 밖으로 나와 봄을 만끽했다.

돗자리를 넓은 간격으로 배치하고, 마스크를 쓰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벚나무를 더 잘 보기 위해 촘촘하게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봄나들이 인증샷을 위해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느슨한 분위기가 자칫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폭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한 번 코로나19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2월 중순 이단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기 바로 직전, 시민들은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예상하면서 경계심이 급속하게 풀렸다.

결국 코로나19의 이른 종식을 위해서라도 불편한 생활을 조금 더 인내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구 2천만이 밀집된 수도권은 더욱 그렇다.

지난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한림대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그래프를 보면 폭발하기 직전, '티핑포인트'인데 걱정이 되는 수준"이라며 "서울, 경기가 상당히 우려된다. 해외 유입된 사람들 70%가 서울과 경기에 살고 있고, 집단 발병들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들 참여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없는 '경계단계'에 진입해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렇지 않은 이상에는 수도권 중심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확진자 억제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수도권에서 터지면 숫자 증가 속도가 대구, 경북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지금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 지역사회 내에서 우리가 모르는 형태의 감염이 없는 수준까지 억제가 돼야 안심할 수 있는 단계다. 지금 상황에 무너지면 몇백 명 그냥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코로나19 '쓰나미'를 예고했다.

이 지사는 3일 자신의 SNS에 "방파제를 쌓아 파도를 막아왔지만, 이제 방파제로 감당할 수 없는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피하기 어려운 감염폭발에 대해 마음의 준비와 실질적 대비를 할 때"라며 행정당국이 '감염 폭발'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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