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심장을 겨눈다…이낙연·황교안 '벼랑 끝' 맞대결

[총선스포⑨]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차기 대권 노리는 각당 장수 빅매치
李, 젊은층 유입된 서쪽 개발지역行
黃, 동쪽 터줏대감들에게 얼굴도장
대권 급행 타거나 입지 좁아지거나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들을 만나 해당 지역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후보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① 흑석동 둘러싼 나경원-이수진 각축전 #부동산 #청년
② 대통령의 복심 vs 정권심판 스나이퍼…민심 향방은?
③ 고민정 '데뷔전' vs 오세훈 '복귀전'…표심 '오리무중'
④ 동대문을 '뚝방전설' 누가 쓰나…3선 중진·청년 '3파전'
⑤ 강남 최후의 전선 '강남을'…수성이냐 탈환이냐
⑥ 32년 관료-朴의 입-정의당 前대표…범여 단일화 주목이미지
⑦ 2년 만에 리턴매치 송파을 누가? 관록의 실세 vs 보수의 스피커
⑧ 요동치는 고양갑…심상정 수성이냐, 신인 등판이냐
⑨ 적의 심장을 겨눈다…이낙연 황교안 '벼랑 끝' 맞대결
(계속)


서울 종로는 예부터 '정치 1번지'로 불려왔다. 여야 간판급 핵심 주자들이 줄곧 격돌하는 무대였고 인구는 적지만 다양한 계층이 용광로처럼 섞여 있어 전국 선거를 가늠하는 가늠자가 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평창동·가회동 등 전통적 부촌이 보수성향을, 창신동·숭인동 등은 반대로 진보성향을 나타냈다. 아울러 큰길을 따라 종로 1·2·3·4·5·6가는 보수세, 젊은 인구가 많은 대학로 쪽은 진보세를 보인다.

실제 "사람들이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다"는 게 30년째 평창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신모(53)씨 얘기다. 반면 숭인동에서 50년 살았다는 박영국(67)씨의 경우 "이쪽은 그냥 호남표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선 차기 대권주자 1, 2위로 거론되는 두 전직 국무총리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각 당의 전국 선거전략을 총책임지는 장수(將帥) 역할을 겸한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낙연 "코로나 위기, 내가 덤비겠다"

선거를 열흘 앞둔 5일 이 후보가 찾은 곳은 종로구 무악동 재개발 지구였다. 이 지역에 지난 몇 년 동안 신축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젊은 인구 유입이 늘자 상대방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날 이 후보는 주민 100여명을 앞에 두고 1시간 가까이 연설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민이 위대하기에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저 이낙연, 일해본 사람이다. 이번에도 작심하고 덤벼서 성공 시키련다"라고 말했다. 지지를 호소하는 동시에 '인물론'을 내세워 자신이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이 후보는 기반이 약한 북서쪽을 공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찌감치 전셋집을 서쪽 끝인 교남동 경희궁자이 아파트에 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취재진이 만난 교남동·무악동·사직동·평창동 주민들은 평가가 엇갈렸다. 경희궁자이 주민 이수진(28)씨가 "상대 후보보다 신뢰가 간다"고 밝힌 반면, 사직동 박주연(48)씨는 "정권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거리 유세를 펼치며 지지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

황교안 후보는 인구가 많은 동쪽에서 터줏대감들에게 얼굴도장 찍는 게 요즘 일상이다. 이날도 휴일이지만 꼭두새벽부터 숭인동, 동숭동을 차례로 찾았다. 골목을 구석구석 돌며 주민들에게 허리를 굽히는가 하면 공원에서 만난 배드민턴 동호회원들과 '주먹 인사'를 일일이 나눴다.

황 후보가 종로 출마 결심 직후 터전을 잡은 곳 역시 인근 혜화동 아파트다. 성균관대, 성신여대, 한성대, 그리고 대학로를 끼고 있어 20~30대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세가 약한 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셈이다.

다만 최근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북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날 오후 황 대표는 평창동 골프연습장을 찾아 "경제를 살리고 종로를 살릴 황교안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슈까지 다시 꺼내들고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황 후보는 "민주당과 야합 세력은 조국을 다시 살려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 이것과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만난 숭의동·창신동 주민들의 경우 지지세는 엇갈렸지만 당선 가능성을 묻자 황 후보가 박빙 열세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창신동 김동범(53)씨는 "정치인들 다 똑같으니까 마음이 왔다갔다 하지만 황 후보는 권력욕만 가득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李 앞서지만 黃도 만만찮아

여론조사에선 대체로 이 후보가 황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로서 조직의 힘을 몽땅 쏟아붓고 있는 황 후보 측 기세도 만만찮다.

유력 대선주자끼리 결전이라 승리한 쪽은 대권 가도에서도 '급행열차'를 타고 확 치고 나갈 수 있다. 다만 '대권 꿈꾸느라 지역은 안중에 없는 것 아니냐'는 주민 원성은 부담이다. 이 후보가 취재진 질문에 "(대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도리에 어긋난다"고 즉답을 피한 것도 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 후보 모두 당내 기반이 단단하지 못한 터라 패배한 쪽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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