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문이 열리면 '악마'가 찾아온다

[노컷 리뷰] 외화 '오픈 더 도어'(감독 올가 고로데츠카야)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겪는 감정이 있다. '상실'이다. 어두운 감정이 마음을 갉아먹고, 누군가를 잃은 슬픔에 나를 잃어버리는 내면의 과정을 눈앞에 그려내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오픈 더 도어'다.

'오픈 더 도어'(감독 올가 고로데츠카야)는 충격 반전을 담은 실화 공포 스릴러다. 실종된 어린 아들을 찾아 헤매던 부부가 3년 후 운명처럼 집으로 데려온 아이로 인해 가족과 주변이 극심한 공포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밀도 있게 추적한다.


영화는 지난 1928~1930년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어린 소년들이 납치, 감금, 살해된 끔찍한 사건인 와인빌 양계장 살인사건의 '뒤바뀐 아이'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 사회 비판적 시선을 담은 '체인질링'(2008)과 달리 '오픈 더 도어'는 공포 스릴러 장르로 사건을 풀어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배경을 유지하며 시각적 공포보다는 심리적인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화를 재구성하면서 인간이 가진 어두운 감정 중 하나를 표면화해 스릴러물의 특색을 강화했다. 러시아 영화지만,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느낌이 짙다.

주인공 이고르(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와 아내 폴리나(옐레나 랴도바)는 여섯 살 어린 아들을 잃어버렸다. 3년 동안 아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들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들을 잃었다는 상실의 고통 속에서 부부는 우연히 아들 또래의 고아 소년(세바스티안 부가에브)을 발견하고 입양하게 된다. 부부는 소년을 아들의 이름인 '반야'로 부른다. 반야라는 이름을 받은 소년은 점점 진짜 반야처럼 행동하고, 모습도 닮아간다.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들을 닮아가는 소년, 그러한 소년의 이상한 행동에 부부는 점차 공포감에 휩싸인다. 소년을 데려가던 날 수녀는 그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그 경고를 무시했다.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이고르와 폴리나가 데려온 소년은 '괴물'이었다. 이름도 없이 '그것'이라 불렸고, 누군가는 그것을 '좀비'라고도 했다. 사실 그것은 형체도, 성별도 없다. 늙지도 자라지도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아닌 '그것'은 한 가지 모습만을 지니지 않는다. 누군가가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그것' 안에 담겨 있다. 상실의 고통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길 잃은 짐승 같은 '그것'은 슬픔에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 마음의 약한 틈을 파고들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것은 곧 '상실' 그 자체다.

'그것'을 없애려면 마음속 상실감과 싸워야 한다. 만약 어두운 감정에 자신을 내어주게 된다면, '그것'은 그 틈을 파고들어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에게 '그것'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것'에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투영하고, 투영된 모습에 미혹된다. 점점 더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며 그것은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고, 결국 폴리나를 죽음으로 이끈다. 폴리나 이전에 그것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투영했던 모든 이가 죽었다.

상실감이 인간의 마음을 갉아먹는 순간, 그 사람은 죽음에 이르거나 이고르처럼 '그것'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가 누군가를 잃은 슬픔에 자기 자신마저 놓아버릴 때,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은유한다.

그러면서 상실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은 '자신'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중한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은 고통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지 말라고, '그것'이라는 괴물이 자신을 어둠으로 이끄는 것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4월 8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88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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