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2일 공개한 채널A 이모 기자의 편지에는 현재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이 전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적이 있는지, 현재 주가조작 수사가 진행 중인 신라젠 투자와 이들이 관련 있는지 등을 들으려는 목적이었다.
이 기자는 지난 2월 17일부터 같은 달 20일, 3월 5일, 10일까지 4차례에 걸처 이 전 대표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이 전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편지에서 이 기자는 "VIK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조사를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이 살기위해 과도하게 진술을 할 것"이라며 "수사는 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결국 타깃은 대표님과 정·관계 인사들이 될 것"이라고 서술했다. 다음 편지에서는 "검찰은 대표님이 소유하던 부동산 자금에도 다시 한 번 추적에 착수했다"며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편지에서는 "VIK 비서로 근무한 임모씨도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 확정적"이라며 "임씨가 대표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게 사실이라면 대표님을 음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VIK 대표로 등재됐던 사모님(이철 부인)을 비롯해 가족, 친지, 측근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인 취재윤리마저 저버린 '협박취재'가 서슴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강압취재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서 명백하게 금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채널A 기자의 취재방식 문제를 넘어 MBC는 이 기자가 편지에 적시한 내용들이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실제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해당 기자가 이 전 대표 측 지인과 만나 A모 검사장과의 전화 녹음 내용을 들려줬다는 점도 '유시민 표적수사'를 위한 언론과 검찰 유착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기자가 편지에 적은 신라젠 수사 관련 내용이 '수사기밀' 수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기자라면 접근 가능한 수준의 정보이거나 통상적인 수사관행에 따른 예측·전망 정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편지에서 이 기자는 "검찰과 먼저 손을 잡고 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는 없다"며 "대신 보도에 발맞춰 검찰 고위층에 대표님의 진정성을 직접 자세히 설명할 수는 있다"고 이 전 대표를 설득하려 했다. '검찰과 이미 (감형) 협상이 됐다'가 아니라 이 전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보도를 하고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검찰의 분위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취지다.
모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은 녹음파일 원본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지인이 직접 들은 대로 특정 검사장의 목소리가 맞는지, 기자와 해당 검사장의 통화가 어떠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MBC 역시 보도 말미에 "채널A 기자가 해당 검사장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더라도 신라젠 사건이 아닌 다른 내용으로 통화를 한 음성을 들려줬을 수도 있다. 허위의 녹취록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면 감찰 등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재조사를 지시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채널A와 MBC에 관련 자료 협조 공문을 보내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이후 의혹이 있다고 보이면 직접 감찰을 실시하게 되고, 채널A의 주장대로 특정 검사장이나 검찰 관계자와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파악될 경우 법무부에 확인된 정보만 보고하게 된다. 법무부는 이를 토대로 법무부 주도의 감찰 필요성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