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략에 있어 김종인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가려진 정권 심판론을 '경제실정'을 축으로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또 최근 '설화' 논란을 겪은 황교안 대표에게는 지역구 종로에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유세 초반 판세 주도권에 있어 '정권 심판론' 띄우기와 '리스크' 줄이기를 핵심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두 축을 토대로 19대 총선 당시 '경제 민주화' 슬로건에 비견될 만한 비장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 김종인-황교안 깜짝 회동…종로 선거와 '리스크' 줄이기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첫날인 지난 1일 김종인 위원장과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공식 일정에도 잡히지 않은 '깜짝' 만남이었다.
배석자 없이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테이블에 오른 주제는 황 대표가 출마한 종로 지역구 선거와 현장 민심, 선거 전략 등으로 전해졌다. 이중 비중이 실린 것은 종로 선거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와 만나 "황 대표께서 종로 선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종로에 집중하라는 의미에는 최근 잇따른 '설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측에 따르면 최근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 등 논란을 두고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의 생각이 이심전심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토론회에서 'n번방' 사건과 관련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또 지난 2일 유세 중에는 "키가 작은 사람은 길이 48.1㎝의 정당 투표용지를 들지 못한다"고 언급해 '신체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선대위 차원에서도 해당 논란이 터지자 발칵 뒤집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조사에서는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한자리수까지 따라잡았으나, 논란이 터진 후 다시 두자리수로 내려앉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수습을 위해 당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도 나섰다. 통합당과 위성정당인 한국당은 3일 텔레그램 n번방' 범죄 근절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n번방 방지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후보 차원에서는 서울 양천갑 송한섭 후보가 성 착취 개념 도입, 양형기준 마련 및 신상공개를 담은 법안 발의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황 대표도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그는 3일 유세에서 "저를 향한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과 그 야합세력의 집요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저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스크 줄이기와 함께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유세에 초반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난 3년간 '경제 실정' 등을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을 띄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인천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소득주도가 아니라 실업주도 몰락"이라며 "한국 경제는 지금 깡통을 찰 지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제 이슈를 띄우는 것은 수도권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경기 고양시을 함경우 후보를 찾아 "코로나19로 경제가 얼어붙고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경제를 어느 정당에 맡겨야 빨리 살릴 수 있느냐,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가려진 경제 실정을 제대로 드러내야만 바닥민심을 일으키고 표심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당락을 좌우하는 '샤이보수', '중도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당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확실히 우세를 잡은 곳은 34곳, 초접전지역은 19곳, 접전지역은 16~17곳 정도다. 34곳을 확보한 상태에서 초접전지역 19곳 중 10석을 따내고, 접전지역 16~17곳 중 6곳을 얻기만 하면 예상 목표치인 50석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김무성 의원에게 호남 지역 선대위원장을 부탁하는 등 전체 판세 띄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공천에서 호남 출마론이 나왔다가 황 대표 측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 김 의원 측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총선에 승리했던 김 위원장의 이러한 광폭 행보를 두고 통합당에서는 기대감을 거는 양상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이 좀처럼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에 합류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임했던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단연 '경제 민주화'라는 슬로건이 중도 표심을 끄는데 일조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승리했고 야권은 140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권 심판론을 압도적으로 이끌만한 쟁점이 부각돼야 통합당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그간 조국 사태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다가 코로나19로 모든 이슈가 흡수된 상황은 여권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당에서는 지난 3년 실정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계속 갈텐데, 민심을 이끌고 분위기를 압도할 무기를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 주도로 국가 전략과 관련한 대대적인 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