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노리는 등 한 석이 아쉬운 상황임에도 "통합당에 의석을 뺏기더라도 정의당과의 단일화는 이제 없다"며 단호한 모습이다.
◇ "시민당과 원보이스…단일화 명분도 없어"
민주당이 정의당과의 단일화에 선 긋는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시민당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의 유일한 비례 위성정당으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대했지만, 강성 친문 후보들이 다수 포진한 열린민주당이 등장하면서 이같은 기대가 깨진 상황. 여기에 시민당과 열린당 사이 낯뜨거운 적통 경쟁까지 계속되는 탓에 민주당은 '민주당과 시민당은 한몸'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위원장은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열린민주당) 탄생 과정에서 당의 역할은 없었다. 어떤 것이 저희 당에 더 힘을 얹어주실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 기대할 뿐"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의당과 지역구 단일화를 할 경우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 파다하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시민당이 있는데 정의당과 연대 얘기가 나가는 것 자체가 시민당엔 손해"라고 말했다.
기존에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어온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열린당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정의당과 지역구 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여당이 된 민주당이 이전처럼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정의당과 야권 연대를 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정의당에 양보를 많이 해 줬다는 인식이 당 지도부 사이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기동민 후보는 정의당 고(故) 노회찬 후보에게, 2016년 총선에선 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마찬가지로 노 후보에게 본선행 티켓을 넘겨준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박준 후보의 양보를 받아 범진보 단일 후보로 나서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를 170표 차로 간신히 눌렀다.
최근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해 4월 치러진 재보선에서 민주당 권민호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이같이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를 하는 동안 해당 지역구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들이 줄곧 희생했다는 것도 이번 총선에서 범진보진영 단일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원들에게 민주당이 아닌 후보들을 찍으라고 하는 건 더 이상 예의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 보수 단일화 얕보는 與?
민주당은 단일화에 대한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판단하면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가 미풍에 그칠 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수진영 단일화가 이뤄지거나 논의되는 곳은 서울 구로을·영등포을, 인천 서을 등 주로 수도권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물방울 2개가 합쳐져서 큰 한방울이 되면 모르겠는데, 찢어졌다 붙는 거라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서울경제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특별시 구로구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윤건영 후보는 40.9%, 통합당 김용태 후보는 22.9%로 집계됐다. 통상 보수진영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30%에 못 미치는 수치다.
반대로 민주당 내부에서 사실상 '포기'할 만큼 약세 지역인 경북 지역에선 보수진영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무소속 이진훈 후보의 사퇴로 보수 단일화를 이뤘는데, 이 지역에선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투표용지 인쇄가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번 주말 안에 성사시켜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