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13 재보궐선거에서 맞붙었던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가 재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7~19대 총선에선 보수진영 후보가 송파을에 깃발을 꽂았지만, 20대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선 진보진영이 연승을 거뒀다.
양 진영이 주거니 받거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만큼, 최 후보와 배 후보 또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규제 완화 등 부동산 이슈가 당락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최 후보와 배 후보는 이번 총선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경쟁자들보다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후보는 친문(친문재인) 실세·4선 중진의 남성인 반면, '홍준표 키즈'로 불리는 배 후보는 정치신인이자 여성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첫 대결을 펼친 2018년 재보궐선거에선 54.4%를 얻은 최 후보가 29.7%에 그친 배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당시 선거 전날 싱가포르에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이 국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가 사실상 첫 진검승부라는 게 중론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결과(중앙일보 의뢰, 지난달 13~14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배 후보(40.3%)가 최 후보(37.5%)를 오차 범위 안에서 따돌렸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연일 지역구를 샅샅이 훑으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 후보는 1일 오후 2시쯤 흰색 와이셔츠와 검정색 운동화 차림으로 송파구 내 새마을시장을 방문했다. '크고 쎄게'라고 적힌 파란색 띠를 두른 최 후보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정치와 국가 혁신은 '크게', 송파 발전은 '쎄게' 이루기 위한 슬로건"이라며 "민주당의 험지인 이곳에서 저는 통합당을 상대로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 캠프에선 백운규 전 산업자원통상부 장관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등이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배 후보는 '배현진의 2시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매일 오후 2시쯤 지역 주민들과 만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근 선거 운동 도중 발을 잘못 디뎌 왼쪽 발등 뼈에 금이 간 배 후보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강행군을 펼치는 중이다.
이날 오후에도 '2시 데이트' 행사를 마친 배 후보는 핑크색 운동복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배 후보는 "깁스를 한 게 눈이 띄는지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는 주민들이 꽤 많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기도 망설여졌는데, 발등을 다친 게 오히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됐다"고 말했다.
배 후보 캠프엔 송파을에서 18·19대에 걸쳐 재선을 역임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상태다.
송파구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부터 갑·을·병 등으로 선거구가 3개로 분구됐다. 17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박계동, 18‧19대에선 유일호 전 장관이 내리 당선됐다.
강남 3구에 속해 보수층 우세 지역으로 고착화되는 듯 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명길 후보(44.0%)가 친여 성향의 무소속 김영순 후보(39.4%)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최 전 의원이 당선무효형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최 후보가 당선되면서 진보진영이 연승을 기록하게 된다.
송파을 지역은 총 8개 행정으로 구분되는데 석촌동과 가락1동, 잠실본동, 삼전동은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잠실7동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많다. 이외 문정2동과 잠실2동, 잠실3동은 경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여론도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락동1동에 거주하는 고모(40)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만나 "코로나 사태도 잘 대응하고 있고, 집값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서 최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으로 먹고 사는 노인들은 최 후보를 싫어할지 몰라도 집값 규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실2동 주민인 박모(72)씨도 "최 후보가 4선이나 했고, 어느 정도 서민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원래 다른 지역구(경기남양주)에 있다가 오기 했는데 지켜보니 여러 면으로 괜찮은 것 같아서 최 후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에 더해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배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상당수 있었다.
가락1동 주민 길모(72)씨는 "배 후보는 (소속된) 당도 좋고, 똑똑한 것 같다"며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큰 문제가 있다. 이 주변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모두 배 후보 팬"이라고 말했다.
삼전동에 거주하는 이모(60)씨도 "최 후보는 원래 송파 사람도 아니고 낙하산으로 와서 다시 출마하는 것 아니냐"며 "송파구 주민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배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 '부동산'에 달린 표심…앞다퉈 종부세 공약 내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시내 각 구별 주택 가격 상승률은 △송파 14.8% △강남 14.5% △마포구 14.4% △용산구 13.8% △성동구 13.1% △강동구 12.9% △동작구 12.3%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락1동에 위치한 초고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가 2018년 12월 입주를 하면서 송파을 선거에 지각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총 9510세대에 달하는 헬리오시티 주민은 대체로 부유층에 속하지만, 30~40대 화이트칼라층 또한 상당수 유입돼 표심이 어디로 갈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 후보와 배 후보 모두 종부세 관련 정책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최 후보는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법과 주택연금 가입 기준 9억원을 없애는 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소유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1주택 보유자들이 겪는 조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배 후보도 종부세 인하와 함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송파을 주민을 겨냥한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모(49)씨는 "어림잡아 계산해도 헬리오시티 단지 내 유권자가 2만명이 넘을 것"이라며 "소유주도 있지만 신혼부부 등이 전세로 들어온 분들도 꽤 돼서 어느 쪽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