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승리를 위해 선거사무실을 돌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 차별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강남과 동대문 지역에 출마한 당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수도권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와 지식 수준, 정보 취득 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코로나19로 묻히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태영호(태구민), 박진, 유경준 후보 등이 출마한 강남 사무소에서는 "특히 강남 3구에 사는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지식 수준이 높고 정보 취득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을 치켜세우기 위한 말이었지만 타 지역 유권자들은 이들보다 지식 수준과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네티즌들 역시 김 위원장의 안일한 언행을 꼬집었다. 한 네티즌은 "지방 거주 유권자는 수준은 낮다는 것을 이 발언으로 알게 됐다"고 일갈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이럴 때는 더 말조심해야 하는 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구원 투수'로 영입한 인물이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전략을 통합당에서도 이뤄주길 바람으로 영입에 공을 들였기에 이같은 발언은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천은 인구 3백 만명에 육박하는 대도시로 경기도, 서울, 부산광역시, 경상남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다. 더욱이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을 '촌구석'으로 지칭하는 것은 제 살 깎아 먹기나 다름없는 행태다.
정 후보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언 4시간여 만에 사과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심려를 끼쳐 드린 연수구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특별히 고려하지 않은 '인천 촌구석'이라는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기 발언은 정당 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 방문에 '겸양'의 덕담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옛말에도 집을 찾은 손님에게 '누추한 곳을 방문해주어 감사드린다'는 식의 표현이 있듯이 제 고장을 찾아준 손님에게 건넨 미덕 차원의 인사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후보의 사과에도 성난 민심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1일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관문이며 각종 산업단지와 발전시설이 입지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다. 인천은 결코 촌구석일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정 후보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정 후보의 망언은 인천을 대표하는 대학의 교수까지 한 인사의 발언이라 더욱 충격이다. 평소 인천에 대한 자긍심은커녕 인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무지몽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인사는 인천을 대표해 국회에서 국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국회의원 후보에서 즉각 사퇴하고 인천에 관한 공부부터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부망천'의 파장으로 인해 정태옥 의원은 지방선거 선대위 대변인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탈당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는 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비하 발언으로 총선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는 통합당. 심각성을 인지한 박형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이날 선거대책회의에서 "각지에서 우리 후보들이 정말 열심히 잘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 한 마디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 문제가 아니라 통합당 전체의 문제이고, 정권의 실정을 심판해서 나라 살리길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자칫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권과 여당 잘못에는 엄중히 비판하되, 정도와 품격을 지키고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