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스크 시켰더니 중국서…직구족 '당황'

'미국산' 마스크, 홍콩 거쳐 中 광둥성 선전시 출발
평균 배송기간 '한달'…"이제 국내 마스크 사기가 더 편해"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마스크 판매대에 마스크가 한 장도 남지 않아 텅 비어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0대 회사원 A씨는 지난달 5일 이베이에서 덴탈마스크 50매를 주문했다. 이베이에선 미국산 덴탈마스크 50장을 41.68달러(구매당시 약 51000원, 배송비 무료)에 살 수 있었다. 1장당 1022원 꼴이다. 배송은 빠르면 3월 20일, 늦으면 3월 30일까지는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제품 재고가 남아있어 바로 신용카드 결제를 했다. A씨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이전 비상용 마스크를 구비하면 좋을 것 같아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직구했다"며 "하지만 여러 언론에서 직구 마스크가 불량인 경우가 많다고 보도하고 있어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3월 30일까지 배송된다고 했던 미국산 마스크는 현재 중국 선전시에서 배송출발 후 감감무소식이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인의 마스크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허용했다. 당초 마스크의 경우 의약외품으로 까다로운 수입 절차를 거쳤는데 관세청이 극심한 마스크 품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마스크·손소독제·체온계 등을 '목록통관(관세·부과세 면제)' 품목으로 지정해 수입신고나 요건 없이 국내반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마스크를 구해보려는 소비자도 눈에 띄게 늘었지만 해외 직구 상황도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A씨처럼 배송시간이 오래 걸려 마스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빈번한 것은 물론 '중국산 마스크'를 '미국산 마스크'로 둔갑시켜 판매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사이트 특성상 국내 온라인마켓처럼 상품에 대한 문의 등이 쉽지 않고, 판매 페이지를 갑작스럽게 폐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해외 직구 마스크 살 만한가

결론적으론 아니다. 정부의 '마스크 5부제 정책'에도 마스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하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 가격은 해외에서도 많이 올랐다. 최근 식약처 인증을 받은 kf94 공적 마스크가 약국에서 1500원 가량에 유통되고 있는데 반해, 해외 사이트에선 덴탈마스크(일반3중필터)가 1매당 1500~4000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품질 역시 문제다. 이베이 한 곳에만 '해외직구 마스크' 판매글은 195만여 건이 넘는데 대부분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3중 필터' 제품부터 일반 일회용 면마스크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다만 해당 마스크를 산 구매자들은 '오염된 마스크가 배송됐다', 사용흔적이 있다', '코 와이어가 없는 부실한 마스크다' 등 반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해외 직구 마스크는 대부분 인증된 제품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안전성을 보장하긴 힘들어 구매 가치는 없어 보인다"며, "국내에서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제조하기 위해선 제조업 신고와 제품 안전성, 유효성 및 품질허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산 마스크(KF94)로 보이는 제품이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미국산' 마스크로 판매하고 이후 '홍콩산' 배송


실제로 미국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N95(미국 마스크 규격)', 'dental mask' 등을 검색해보면 여러 마스크들이 검색된다. 이중 한 마스크를 클릭해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니 'Item location(품목 위치): Shenzhen, China(중국 선전)'라는 문구가 작게 써져 있었다. 해외직구를 자주 해봤던 구매자들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마스크 대란과 함께 처음 해외직구를 경험하는 구매자들에겐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보였다.

'Item location : United States'인 마스크인데도 중국에서 배송되는 물품도 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전 여분의 마스크를 구비하려한 A씨의 경우, 'Item location'을 확인하고 구매했지만 배송이 되지 않아 배송위치를 확인해 보니 중국 선전시에서 배송이 이뤄지고 있었다.

배송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5일 마스크를 신용카드로 구매한 이후 7일 주문서가 접수됐고 12일 홍콩을 떠나 중국 선전시에 도착, 다음날인 13일에 물품이 선전시 항공편을 통해 떠났다. 이후 배송내역은 없고 배송이 완료되지도 않았다.

또한 3월30일 배송완료 예정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기다림 끝에 구매내역을 확인해보니 판매페이지는 폐쇄돼 있었다. 해당 마스크 판매자인 'max*********'는 현재 이베이에서 우수판매 회원(구매 만족도 97.8%)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해외 마스크 직구 '이것'만은 주의해야

직구는 해외 판매자와의 거래인만큼 환불이나 교환이 국내 온라인거래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제품문의를 해도 답변이 며칠 후에 달리거나, 아예 달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구매 전 신뢰할 만한 판매자인지 영어로 된 구매후기와 제품 설명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해외 직구를 하는 구매자는 배송비도 신경써야 한다. 값이 싸도 판매 위치에 따라 배송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물건 값보다 배송비가 비싼 경우도 있는데 이땐 교환이나 환불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외 직구사이트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스크들은 물품이 올라오자마자 품절됐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반마스크보다 훨씬 가격이 뛴 경우도 있었다.

한 온라인 마스크 구매대기방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에서만 눈에 띄게 창궐했을 당시에는 해외직구가 좋았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아니다"며, "현재는 한국이 외국보다 코로나19 안정세라 국내 마스크를 구하는 게 더 쉬운 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송파구의 한 약사는 전화로 마스크 구매를 문의하자 "마스크 5부제 초창기에는 줄도 길고 대기시간이 많아 혼란스러웠지만 최근에는 10분정도 줄을 서거나, 회사퇴근 후 대기 없이 바로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답변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