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줄섰다" 소상공인 대출 홀짝제 첫날 가보니

홀짝제 대체로 잘 지켜져
일부 짝수 출생자 '막무가내 예약' 요구하기도
새벽 줄서기는 여전

소상공인대출 홀짝제 첫날인 1일 서울 지역 한 소상공인지원센터에 대출상담을 예약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줄을 서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소상공인을 위한 저리의 정책자금 대출이 폭증하자 대출상담 홀짝제를 시행한 첫날인 1일 오전.

대출을 담당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지역의 한 센터에는 아침부터 대출상담을 예약하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한 소상공인은 "새벽 4시부터 나와 줄을 섰다"며 "이번에는 대출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7시부터 대출상담 예약을 받기 시작했지만 30분만에 정해진 예약분이 모두 찼다. 경찰까지 출동해 뒤늦게 예약받으러 온 소상공인들을 돌려 보냈다.

담당 센터장 A씨는 "예약을 받지 못한 일부 소상공인이 소리를 치며 업무에 지장을 주는 사례가 있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오늘이 출동 첫날"이라고 밝혔다.

대출상담예약을 받기 위해서는 출생년도 끝자리와 예약신청일의 홀짝이 맞아야 하는 '홀짝제'가 이날부터 시행됐다. 예를 들어 홀수날인 1일 상담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홀수여야 한다.

대부분 홀짝제를 지키고 있었으나 짝수년도 출생자 일부는 '짝숫날인 내일 상담예약을 오늘 미리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예약을 받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잠깐의 실랑이 끝에 센터직원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선 사람을 홀짝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려 보냈다가는 고성과 항의에 업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센터의 하루 상담 가능 인원은 최대 50명. 한 사람 상담하는데 한시간씩 걸리니 센터 직원 9명 전원이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대출업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대출 접수하는 소상공인.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A씨는 "6명은 상담을 전담하고 나머지 3명은 상담 서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일상업무는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출상담을 받으러온 소상공인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지 않거나 잘못 알고 있어 대출상담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대출 자체가 안되기도 한다.

온라인으로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이용은 저조한 편이다. 상담 예약도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지만 센터 입장에서는 온라인 예약을 무한정 늘리기도 어렵다. 소상공인들이 현장방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예약 비율을 30% 정도로 맞추고 있다"며 "더 늘리고 싶지만 현장예약분이 줄어들게 돼 늘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온라인 활용이 여의치 않은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누군가 도와준다면 온라인 예약을 손쉽게 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약에 성공했다면 실제 상담에서는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소진공 63개 센터 가운데 30여개 센터에서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상담 직전 호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 당일 센터를 방문해 마련된 테블릿PC에 자신의 스마트폰 번호만 입력하면 자신의 상담 차례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준다. 줄을 설 필요 없이 업무를 보다가 '카톡'이 오면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으면 된다.

소진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상담 후 5일 이내에 대출을 신속하게 실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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