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제고사 참가 여부를 묻고,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하게했다 하여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동료교사 6명과 함께 파면 당한 최혜원 교사가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이다.
인터넷 토론방에 올린 마지막 편지에서 그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쁘고 시험성적이 잘 못 나올까 늘 움츠려있는 아이들에게 서로 짓밟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누가 아이들 사랑으로 가슴이 더운 2년 8개월의 초임 교사를 차가운 겨울거리로 내몰았나.
지난 10월 어느 날 저녁뉴스에서 가물가물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던 한 단어를 접했다.
일제고사라는, 참 오랜만에 들어 본 이름이었다.
그리곤 까마득한 까까머리 검정제복의 옛 시절이 되살아났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매월 일제고사를 치른, 이른바 일제고사 세대였다.
일제히 일제고사를 치르고 나면 얼마 후 교무실 앞 게시판엔 과목별 점수와 석차를 매긴 기다란 성적표가 나붙었다.
성적 발표를 하는 날, 자신의 석차를 확인하며 괜히 우쭐해 으스대는 친구들이 있었고, 죄 지은 사람 모양 주눅이 잔뜩 들어 어린 가슴이 멍들던 친구들도 있었다.
중학교 시절엔 전교 석차 1등부터 50등까지만 성적을 공개했는데, 거기까지가 그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세칭 명문고를 갈 수 있는 등수였다.
그 다음은 학교와 선생님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래도 일제고사를 마친 날이면 단체 영화관람이 있어서 나는 공연히 그 날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 때부터 우리는 1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줄 세우는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체제에 별다른 저항 없이 길들여졌다.
경쟁은 곧 교육의 다른 이름이었다.
험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 아끼고 협조하는 공동체의 미덕을 배우기보다는 남과 겨루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이기심을 먼저 깨우쳐야 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인성과 교양을 함양하는 교육(education)이 아니라 영혼 없는 기능인을 주조해내는 훈육(training)이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되돌아 볼 때 우편향의 보수회기가 가장 심각한 부문이 교육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침에 철학 부재의 코드 맞추기식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MB 정부 교육정책의 한 축은 실용과 자율을 앞세운 무한경쟁이고, 다른 한 축은 이데올로기 세뇌교육이다.
무한경쟁은 자사고, 국제고의 설립, 0교시 수업, 일제고사의 부활 등으로 나타났고, 이데올로기 교육은 극우파 인사들을 동원한 역사 교육과 근현대사 역사교과서 수정 등으로 나타났다.
안병만 교육과학부 장관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그 첨병으로 나서 정권안보의 초석을 다지는데 매진하고 있다.
현 정권의 입맛대로 교육의 방향을 재편하려는 단견은 몰상식의 극치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교육은 영원하다.
이명박 정부가 살 길은 과거 정권에 대한 피해망상의 한풀이식 정책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데 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미래 세대를 기르기 위한 것이다.
일제고사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내는 것은 반민주적, 반교육적 폭력이다.
과거의 군사정권 시절처럼 교육청과 교과부가 다시 그런 폭력적인 국가기구로 낙인 찍혔어야 되겠는가.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정권안보의 홍위병인가?
제주CBS <시사포커스 제주>(FM 제주시 93.3 서귀포시90.9 MHz 17:05~18:00 제작·진행 : 김영미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