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정은 올해로 8년차 배우가 됐다. 이전에도 단편 작업을 했으나, 페이를 받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작품은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2013)였다. 이후, '개: dog eat dog',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라진 밤', '풀잎들', '한낮의 피크닉-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82년생 김지영', '집 이야기' 등 영화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영화 '이장'(감독 정승오) 개봉 기념으로 만난 공민정은 "연기는 늘 어렵지만 늘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지낸 8년 동안 처음 시작할 때보다 나아진 점이 있는지 묻자, 그는 "하루하루 나아지려고 스스로 노력한다는 것"을 들었다.
그동안 사귄 좋은 '동료들'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많이 생긴 덕에 "이전보다 외롭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한다"라는 게 공민정의 설명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장'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배우' 공민정의 출발이 어땠는지도 함께 들어보았다.
◇ 금희는 잘 결혼했을까, 보상금은 누구에게 갔을까
'이장'은 아버지 묘를 이장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오 남매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장남도 없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불호령을 내린 큰아버지 관택(유순웅 분) 덕에 누나 넷이 막내 승락(곽민규 분)을 데리고 다시 큰집에 내려가는 '로드 무비'이기도 하다.
공민정은 오 남매 중 셋째이면서 연인과 결혼을 앞둔 금희 역을 맡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보니 한 푼이 아쉬워 이장 보상금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금희는 준비하던 대로 결혼을 잘 치렀을지, 이장 보상금은 어디로 갔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금희가 결혼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공민정은 "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보상금에 관해서는 "배우들 각자 생각이 다 달랐다. 전 금희가 너무 힘드니까 도와줬으면 했는데 다 나눠야 한다는 입장, 승락이한테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민 가부장제를 주제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평범한 듯하지만 가슴에 와서 박히는 대사가 꽤 많은 '이장'. 공민정은 마음에 남는 대사 하나, 장면 두 개를 꼽아줬다.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 꼭 보존해야만 남아있는 건가요?"라는 대사. 화장하자, 매장하자 의견이 갈릴 때 나온 말이었다.
공민정에게 "모든 과정이 반짝반짝 행복했던 여행,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만난 영화"가 됐다는 '이장'은 원래 3월 중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일정을 미뤄 지난 25일 개봉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가 권장되는 상황에서, 선뜻 극장으로 오라고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발걸음이라는 걸 알기에, 공민정은 '이장'을 보거나 기다려 온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려운 시기라 더더욱"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 연극 '지하철 1호선' 보고 배우 꿈꿔
공민정은 중3 때 연극 '지하철 1호선'을 우연히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는 "처음으로 느낀 생경한 감정이었지만 계속 생각이 나더라. '나 이거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땐 EBS 방송에 나온 어떤 장면을 따라 해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엄청 좋아해 줬던 기억이 남아 있다. 친구들은 공민정의 연기를 보고 많이 웃어줬다고.
공민정은 "내가 뭘 보여줄 때 친구들이 웃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뭔가를 보여줬다. 좋아해 주는 게 좋아서. 처음엔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결국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지 8년, 시작할 때와 비교해 연기하는 게 조금 더 쉬워지거나 능숙해졌을까. 그러자 공민정은 "연기는 늘 어렵다. 어렵지만 늘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공민정은 지난해 무려 세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옴니버스 영화 '한낮의 피크닉' 중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집 이야기', '82년생 김지영'까지. 올해 '이장'으로 관객에게 먼저 인사한 공민정의 차기작은 드라마 '야식남녀'다.
박승혜 작가와 송지원 PD가 의기투합한 로맨틱코미디로, 공민정은 방송사에서 일하는 작가 역할을 맡았다. 공민정은 "지금 너무 좋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결과는 우리 몫이 아니지만, 과정이 좋은 작품인 만큼 결과도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8년 전보다 지금 나아진 점으로 '좋은 동료가 생긴 것'을 가장 먼저 꼽은 공민정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좋아하는 동료, 친구들과 자주 만나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 것"이다. 동료들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힘든 시간도 견딜 수 있는 것 같단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생겼고 무언가를 나눌 동료들이 많아져 이전보다 외롭지 않아졌어요. 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해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또 힘들 때가 올지 모르죠. 이제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고, 이전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동료들과 같이 나누며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사랑하되 스스로의 의심을 놓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렇게 8년 뒤에는 오늘보다 더 나아진 사람이 되길 바라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