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는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사실상 법을 유권 해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관위 "온라인·우편투표 건의할 재량권 없어"
선관위는 지난 30일 주미대사관 등 25개국 41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다음달 6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6일 사무를 중지한 지역까지 합치면 40개국 65개 공관이 선거 업무를 멈췄다.
이번 4·15 총선의 재외국민 투표 기간은 다음달 1~6일인 만큼, 이들 지역의 재외 선거인 8만500명(전체 재외선거인의 46.8%)은 사실상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자 일각에선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받고 있는데도 선관위의 노력이 고작 '선거사무 중단'인 상황을 질타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선관위가 표의 유·불리를 계산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도 나온다.
선관위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국 선관위는 투표 방법에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 법에 치밀하게 정해져 있어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선거일 연장, 투표시간 연장, 우편투표 도입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시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그제 투표일을 하루에서 사흘로, 사전투표 기간을 이틀에서 닷새로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선거가 임박해 의원들이 모두 지역구에 나가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국회를 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21대 국회에서나 여야 합의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40개국 대상, 6일까지인가?
선관위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각국 정부에서 우리 정부에 '재외국민 투표 금지'를 요청했고, 외교적·현실적 문제 등을 고려해 이에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연방정부 차원이 아닌 각 주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동제한 등 주민들의 행동제한이 주마다 달라 재외공관도 이에 맞게 업무를 중지했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재외선거 강행 시 우리 국민이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고려해서 재외공관이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재외선거 사무 중지 의견이 나와 선관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투표를 하려고 해도 코로나19로 미국 내에서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외투표 기간 마지막 날인 6일까지 선거업무를 금지한 이유는 선거를 마친 뒤 재외선거관리위가 현장을 정리하고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비록 투표는 하지 못했지만 신청 명부 정리, 인건비 등 예산 정리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향후 재외선거업무를 중지하는 재외공관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재외국민 숫자도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