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기설을 뒤집은 박혜진, 더 뜻깊은 MVP 수상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혜진, 통산 5번째 정규 MVP
레전드 임영희 은퇴로 전력 약해졌다는 평가 뒤집어
총 상금 1000만원 기부 "코로나19 극복에 도움 되기를"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간판 스타 박혜진 (사진=WKBL 제공)

아산 우리은행의 간판 스타 박혜진은 지난 5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잊지 못할 기록을 남겼다.

3점슛 10개를 던져 1개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시즌 내내 2강 구도를 형성한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은 사실상 1위 결정전이나 다름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의 슛 감각이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혜진의 슛 난조를 신경쓰지 않았다. "슛은 쏠 때 쏴야 한다. 찬스 때 슛을 쏘지 않으면 우리 팀을 속이는 것"이라며 "그럴 때는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군가 던져야 하는데 그걸 박혜진이 쏜 것"이라며 오히려 칭찬했다.

박혜진은 3점슛을 10개 이상 시도해 1개도 넣지 못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슛을 쏠 때마다 다 들어갈 것 같다고 착각한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의 슛 난조에도 KB스타즈를 54대51로 누르고 사실상 정규리그 1위를 굳혔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득점에서 기복을 보일 수는 있다. 정말 뛰어난 선수는 득점이 흔들려도 나머지 부분에서 평균적인 기량을 유지하며 팀에 공헌한다.

팀이 48대51로 뒤진 4쿼터 막판 위성우 감독이 작전타임 이후 시도한 패턴을 우리은행 선수들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박지현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컷인에 성공했고 완벽한 타이밍의 패스를 넣어준 선수는 바로 박혜진이었다. 역전의 발판이 된 장면이었다.

우리은행은 2월20일 청주 원정에서 KB스타즈에게 패해 1위를 내줬다. 위기였다. 4일 뒤 열린 부천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박혜진이 전면에 나섰다. 19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올시즌 득점력이 폭발한 하나은행의 강이슬을 4득점으로 묶는 발군의 수비력을 발휘했다.

공격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동시에 수비에서 그 이상의 공헌도를 보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혜진이 해냈고 팀은 72대63으로 이겼다. 우리은행은 이때부터 5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7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박혜진은 3점슛 12개를 던졌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3점슛 10개 실패의 악몽을 경험했지만 에이스의 자신감에는 변함이 없었다. 12개 중 4개를 성공하며 20득점 10어시스트를 기록, 82대74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조기 종료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하나은행전부터 삼성생명전까지 우리은행이 연승을 달린 마지막 5경기에서 평균 15.6득점, 6.2어시스트, 5.6리바운드를 올린 박혜진의 활약은 정규리그 1위 탈환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2위 KB스타즈(20승8패)에 1.5경기 차 앞선 21승6패의 성적으로 단축 시즌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의 부임 이후 2018년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하며 왕좌에 올랐던 팀이다. 지난해 박지수와 강아정이 활약한 KB스타즈에 우승을 내줬고 베테랑 임영희가 은퇴하면서 우리은행의 전성기도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박혜진이라는 든든한 구심점이 있었다. 박혜진은 포인트가드로서, 주득점원으로서, 최고의 백코트 수비수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김소니아, 박지현 등 동료들의 성장과 도움이 뒷받침되면서 우리은행은 2년 만에 다시 정규리그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박혜진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31일 발표한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지난주 진행된 취재기자단 투표에서 박혜진은 총 108표 중 무려 99표를 휩쓸며 개인 통산 5번째 MVP를 차지했다.

박혜진은 "MVP라는 상은 이제 더는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한번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같이 고생한 우리 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고 나 혼자 좋은 상을 받게 돼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임영희 코치님이 은퇴하면서 그 빈자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크게 느꼈다. 절실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 매년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도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운동했고 확실하게 준비한 결과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혜진은 상금 500만원이 주어지는 MVP 뿐만 아니라 공헌도가 가장 좋은 선수가 받는 윤덕주상(300만원), 베스트5 가드 부문 선정(100만원), 자유투상(100만원) 등을 수상해 총 상금 1천만원을 받게 됐다.

박혜진은 상금 전액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혜진은 "지금은 모든 국민이 정말 힘든 상황인 것 같다"며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받는 시상금 전액을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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