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코로나19 악영향 본격화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 전반적 악화…'팬데믹' 반영 3, 4월 더 악화 확실시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의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각각 3.5%와 6.0% 그리고 4.8%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트리플 상승'을 기록하면서 반짝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낸 지 불과 두 달 만에 코로나19 충격에 트리플 감소로 급반전했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1월 0.7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하락치다.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100.3으로 전달과 같았다.

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그러나 "지난달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 '트리플 상승'에서 '트리플 감소'로 급반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포괄하는 지표 중 경제심리지수가 있는데 이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경제심리지수는 지난달 대비 23.5포인트 급락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지난달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에는 전월 대비 하락 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2월 경제심리지수가 반영됐다.

그런 만큼 2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 전망에 유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내용적으로 지난달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반 하락인 셈이다.

지난달 지표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각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재고 대비 출하 비율은 118.0으로, IMF 외환위기 끝자락인 1998년 9월 122.9 이후 무려 2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된 제품이 제대로 출하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간다는 뜻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8% 감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5% 감소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 재고 대비 출하율, 21년 5개월 만에 최고

특히,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홍역을 치른 자동차 생산은 지난 1월보다 27.8%나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파업이 있었던 2006년 7월 32.0% 감소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안형준 심의관은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플라스틱이나 전기장비 생산의 전반적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 69.9%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저였다.

서비스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하면서 2000년부터 서비스업 지수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개인 접촉이 필수적인 분야에 감소가 집중됐다.

숙박은 전달보다 32.6%, 음식 및 주점은 15.9% 각각 감소했다. 모두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감소율이다.

운송업 경우 항공여객은 감소율이 무려 42.2%였고 철도운송도 34.8%나 줄었다. 여행업 역시 45.6% 급락했다.


소매판매도 지난 1월보다 6.0% 줄어 구제역 파동이 덮쳤던 2011년 2월 7.0% 감소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저지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데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백화점이 주로 판매하는 준내구재인 신발·가방 매출은 지난 1월 대비 32% 넘게 감소했고 의복도 감소율이 22%를 웃돌았다.

◇ 소매판매, '구제역 파동' 이후 최대 감소율

자동차는 생산뿐 아니라 소매판매 또한 크게 감소했다.

전달보다 22.3% 줄었는데 '자동차 개소세 인하' 예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달과 오는 4월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안형준 심의관은 "지난달은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 패턴 변화 등 주로 우리나라 내부적 요인이 산업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현지 날짜) '팬데믹'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안 심의관은 "3월과 4월에는 코로나19 전 세계적 확산과 우리 사회 내부의 '거리 두기' 강화 영향이 순차적으로 국내 산업활동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지표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