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여성 증후군''을 아세요?

상습폭력 노출 여성의 폭발적 행동… ''정당방위'' 주장의 근거


최근 상습적으로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강릉 여중생에 대해 구명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매맞는 여성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매맞는 여성 증후군''''이란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우울증과 불안, 수면장애 증상을 보이다 공황발작이나 폭발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폭행을 가하는 남성이 구타와 화해를 반복하면서 폭행당하는 여성은 폭력을 피하려고도 하지 않는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남성의 폭력에 의해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폭력남성을 공격하게 되는 극단적 상황에 빠지게 된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곤히 잠자고 있던 남편을 살해하는 예를 ''''매맞는 여성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맞는 여성 증후군''''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증후군이 심리학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형사소송체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매맞는 여성 증후군''''은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가해 남성을 공격할 경우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상당한 논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비록 남성이 폭력을 일시 중단한다 하더라더도 피해여성은 ''''항상'''' 남성의 폭력에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사는만큼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논리이다.

한국여성의 전화연합이 ''''강릉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사건 당시 여중생은 아버지가 더이상 폭력을 쓰지 못하도록 양손을 묶었으나 이를 풀기 위해 발버둥이치는 아버지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인식이 가능한 극도의 공포상황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자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정상이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매맞는 여성 증후군''''에 따른 존속살인 사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은 대체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흐름이다.

남편이 술에 취해 자신과 아들을 때리고 딸까지 추행하다가 잠들자 목졸라 살해한 이모(42.주부)씨 사건에서도 법원은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술 취한 채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남편을 살해한 노모(42)씨에 대해서도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강릉 여중생 사건에서는 사법부가 ''매맞는 여성의 증후군''을 어느 정도 인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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