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재판도 오덕식 판사가?…반발 여론 거센 까닭

'박사방' 운영진 이모군 재판, 오덕식 부장판사가 맡아
오 판사, 故구하라·장자연씨 관련 재판서 가해자에 '솜방망이 처벌'
"담당 판사 교체하라" 국민청원, 하루만에 10만명 돌파
여성단체 "감수성 없는 지난 판결들이 'n번방' 만들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제공)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진으로 출발해 별개의 성 착취물 공유방을 만들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10대의 재판을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판사가 맡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검찰은 최근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공범 4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이모(16)군은 '박사방'과는 다른 '태평양원정대'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재판을 담당하게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오는 30일 이군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조씨의 혐의와 관련된 추가 수사 및 기소를 위해 기일 연기를 신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하필 오 부장판사가 성 착취물 공유 사건의 재판을 맡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재판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7일 오전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 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오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제척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 다시는 성범죄에 판사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아예 판사로서의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까지 요청했다. 이 청원에는 불과 반나절 만에 10만명 넘게 동의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n번방재판_오덕식_배제해'라는 해시태그가 4만건 이상 공유되면서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한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me****)은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이번에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트위터 아이디: fe****)은 "최종범 재판에서 구하라 변호인이 항의하는데도 불구, 성관계 동영상을 봐야겠다며 몇 번이나 돌려본 오덕식 판사가 n번방 재판을 받다니 믿을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픽=안나경 PD)
오 부장판사는 실제로 지난해 8월 故구하라씨를 괴롭혔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연인이었던 최종범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나머지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씨가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본 사실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리고는 '구씨가 최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지는 사이였다', '구씨가 먼저 제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촬영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구씨가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을 하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을 벗어라"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구씨의 죽음을 두고 "연인이었던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고 또 피해 동영상을 끈질기게 검색한 대중에게 고통받았다"며 "언론에 동영상 제보 메일까지 보냈던 가해자에게 재판부는 고작 집행유예를 선고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무너져도 끝끝내 피해자 곁에 서서 인권을 수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방기하는 법관들도 공범"이라며 "'성적폐 판사' 오덕식은 법복을 입을 자격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부장판사는 또 지난해 8월 故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생일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가 중단됐을 것', '당시 가라오케 룸 안에는 피고인 일행뿐 아니라 종업원들도 수시로 드나들어 어느 정도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앞서 조씨는 2008년 8월 장씨의 연예기획사 대표 생일 파티에서 장씨가 춤추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무릎에 앉힌 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술자리에서 전 조선일보 기자 등 여러 사람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뒤 2008년 사망했다.

이밖에 오 부장판사는 웨딩홀 바닥에 카메라를 설치해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남성,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 성매매 영업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남성, 아동 성 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들에게 줄줄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력이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유승진 사무국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덕식 판사는 계속해서 문제적인 판결을 해온 인물"이라며 "최종범 사건 때부터 피해 촬영물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시청을 하고, 이후 가해자인 최씨의 편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외 성범죄 판결에 있어서도 오 판사는 꾸준히 문제가 되는 판결을 해왔다. n번방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이례적 판결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가능하다면 판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국장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애초에 처벌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더라면 n번방 사건과 같이 이 정도로 악랄한 성 착취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범죄 예방에 가장 중요한 건 처벌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한 선례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성 착취 음란물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다. 오덕식 판사를 비롯한 많은 판사들이 감수성 없는 판결을 내려왔기 때문에 26만명이란 가해자가 조직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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