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코로나19 'SOS'

11일 美 공화당 마크 그린 "FDA, 한국 진단키트 적절하지 않아"
트럼프 "오늘 중 FDA 승인 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
트럼프 "韓 의료장비 지원해달라" 文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
UAE에 수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일부 요청한 듯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WHO "미국이 새로운 진원지 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24일(한국시간) 정상통화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한국이 초기 방역과 검진에 있어 글로벌 모범 국가임을 입증하는 또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의료 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감염 확산)이 현실화된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이 한국의 방역과 검진 수준을 잇달아 높이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의료장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유증상자나 의심환자에 대한 확진 여부를 판가름하는 진단키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진단키트 일부를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트 대통령의 요청을 흔쾌히 수용하면서도 "미 FDA(식품의약국) 승인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승인이 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며 거듭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씨젠' 등은 최근 미 FDA에 코로나19 관련 승인을 신청했고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미국 FDA는 자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제조업체가 신약과 의료장비 승인을 신청할 경우, 검토 시간을 길게 잡고 절차도 까다롭게 진행하는 데다, 최종 판정도 보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FDA 승인을 약속하며 지원을 요청한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에 관심을 보이면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국 하원에서 한국의 진단키트 성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오늘 중 FDA 승인 조치" 발언을 내놓으면서 관련 의구심이 설득력을 잃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11일 미 하원 코로나19 청문회에서 마크 그린(테네시) 의원은 "미국 FDA는 한국의 진단키트는 적절하지 않으며, FDA는 비상용으로라도 이 키트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배경에는 코로나19의 미국내 감염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미국에서는 24일 기준 3만명 이상이 확진된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미국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해리스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85%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그 중 40%가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미국의 확산세가 매우 빠른 것을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새로운 진원지가 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국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SOS를 요청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청와대는 미국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길이 열리면 최근 UAE로 수출된 물량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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