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 개학을 위한 '4가지 조건'…달성 가능할까

조건, 확산 정도·방역물품 비축·치료체계·사회적 인식
감염경로 불투명 사례와 해외 유입 변수 여전
밀집·밀폐 학교 특성과 20세 미만 특징 결합 시
학생의 고위험군·집단시설 전파로 대유행 가능성
"병상 부족, 학생 사망자 발생 시 버틸 수 있나"
"가벼운 문제 아니야…전국 다시 휴교해야 할 수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안팎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추진 방안이 발표된 24일 광주 동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내 학생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책상의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24일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 발표하며 4월 6일 개학의 조건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세의 안정화, △교내 방역물품 구비, △확진자 치료 체계 구축,△ 안전한 개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인데 전문가들은 전세계적 유행 상황과 정부의 대비 태세를 봤을 때 개학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안정화, 2주 안에 가능할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여야 안심하고 개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랑화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다. 신규 확진자가 적어졌다고 해서 위험도까지 낮아졌다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전영래 홍보관리반장은 지난 23일 "절대적인 환자숫자보다 환자 그룹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추이로 움직이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기보다는 환자발생 추이를 보면서 방역당국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전파가 어느 정도 확산돼 있고 어떻게 변동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지역에서 신규 확진자 100명이 발견되더라도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이뤄진 요양병원처럼 통제돼 있었다면 지역사회 전파에 큰 영향이 없지만, 한 지역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10명만 확인되도 미지의 확진자가 학교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4일 0시 기준 전국 확진자 중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거나 조사가 진행 중이라 '기타'로 분류된 사례는 19.6%(1772명)에 달한다. 정부는 개학 전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기타' 사례로 인한 전파 가능성에 해외 상황까지 겹쳐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지역사회 감염이 잦아들었다는 신호가 있어야 개학이 가능하지만, 세계적 상황이 2주 안에 안정될 기미가 없어 개학을 하게 되면 국내 확진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방역물품 구비는 기본 준비물일뿐…학생 통제도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오는 4월 6일로 추가 연기된 가운데 17일 서울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부는 개학이 이뤄질 경우 발열·호흡기 증상이나 해외여행력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 등교를 금지하기로 했다. 등교한 뒤에도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귀가시키며, 환기·소독·급식시간 조정 등의 기본 원칙을 세우고, 마스크·체온계·열화상카메라 등을 방역물품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경증인 상태에서도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고, 학교와 같은 밀집·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급격한 전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방역물품은 최소한의 준비물일 뿐 절대적인 개학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지침으로 학교 내 전파를 통제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침에 책상 간격을 얼마나 넓힐 것인지, 급식을 하는 경우 어떻게 밀집도를 낮출 것인지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10~20대가 가장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개학을 하는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산병원 한창훈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거리 유지 등이 중요할 텐데, 학생들 전원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들이 이곳저곳에서 감염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재차 대유행 대비할 치료체계 준비됐나 의문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강남구·서초구 유치원·초등학교와 경기 수원 등 7개 지역 전체 학교에 일괄 휴업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메르스 예방을 위해 체온검사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더 큰 문제는 학교라는 밀폐된 공간과 대부분 경증에 머무는 20세 미만 환자들의 특성이 결합돼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감염된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고위험군의 가족들을 감염시키거나 학원·교회 등 집단시설 방문할 경우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 내에서 개학을 했을 때 유행이 다시 시작되고, 수 백명씩 확진자가 나오며 학생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모두 참고 버티자는 각오와 합의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격리병상이 아니라 병상 자체가 모자를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도 "최근 2~3주 내 수도권 환자는 물론 대구·경북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개학이 이뤄지면 더 큰 파도가 오는 것"이라며 "급속도로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할 만한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고 만일 학생들이 의료인 가족에게 전파시킬 경우 의료 자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개학해도 안전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조건으로 삼았다. 이는 나머지 3가지 기준의 충족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로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아직 4월 6일이 그 네 가지 기준에 합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전문가들과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의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2주 뒤 개학에 회의적인 입장이며, 만일 개학을 하더라도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엄중식 교수는 "개학으로 인해 학생 1~2명이 사망하거나 또다른 유행이 생겨날 경우 그 결과는 누구도 책임질 수가 없다"며 "유행 양상이 충분히 잦아들지 않는 이상 정부가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현 상황에서 개학이 이뤄지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온라인 개학이나, 1/3일씩만 번갈아가며 출석을 하는 등 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유행이 계속되면 다시 휴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각오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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