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둘러싼 나경원-이수진 각축전 #부동산 #청년

[총선스포①] 수도권 바로미터 서울동작을
흑석동 재개발 바람, 부동산 표심 어디로?
羅 "보유세완화" VS 李 "원스톱 교육특구"
이수진 박빙우세…60대 이상 나경원 결집

국민대표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독할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4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를 만나 지역별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후보들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총선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4·15 총선 서울 동작을에 도전장을 내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기호 1번, 왼쪽)와 현역 아성을 지키려는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기호 2번, 오른쪽)
서울 동작을은 전국 표심의 지표가 되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진영,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아 왔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진보세가 강할 것 같지만 지난 4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

이곳에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출신 나경원 전 의원이 5선을 노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격도 매섭다.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 층 유입이 계속되면서 진보세가 강화, 결집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의혹 폭로자 이수진 전 판사를 전략 공천했다.

24일 아침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 3번출구 앞에서 선거운동 중인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사진=류현준 인턴기자)
◇ 나경원에 싸늘한 청년층, 文정부에 볼멘소리도

흑석동 주민 김재웅(68)씨는 24일 아침 거리를 지나다 핑크색 외투를 입은 나경원 의원을 한눈에 알아보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이내 활짝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러다 "손 소독제 없으면 안 되겠구나"하고 머쓱해 했지만 나 의원은 "괜찮습니다"라며 눈웃음을 보였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김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지역구 개발에 힘써준 의원이라 오랫동안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자리를 옮기면서도 나 의원 쪽으로 계속 뒤돌아봤다. 잠시 뒤 등장한 갈빗집 사장 공윤수(70)씨도 "정몽준 의원 때부터 지지했다. 덕분에 흑석동이 살기 좋아졌다"며 먼저 허리를 숙였다.

반면 청년들은 싸늘했다. 나 의원이 방긋 웃으며 명함을 건네려 했지만 백팩을 매고 지나던 20~30대 상당수는 손사래를 쳤다. 스마트폰을 꺼내 나 의원과 '인증샷'을 찍은 20대 직장인도 있었지만 "유명인이라 찍었을 뿐 지지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나 의원이 출근길 유세에 나선 곳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 3번출구 앞이었다. 흑석동 뉴타운과 인접해 주민 상당수가 왕래하는 곳이다. 지난 2012년 뉴타운 재개발이 시작된 뒤로 신혼부부 등 젊은 인구가 꾸준히 늘어 나 의원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흑석동 최근 주요선거 득표율 추이(그래픽=안나경 기자)
흑석동에서는 특히 나 의원이 힘겹게 당선됐던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이래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당시 민주당 허동준 후보는 국민의당 장진영 후보까지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29.3% 지지를 얻는 데 그쳤었다.

그러다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39.8%,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47.6%, 이창우 동작구청장 후보가 53.3%를 득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김문수, 홍운철 후보는 각각 20%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개발 바람이 나 의원에게 꼭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뉴타운 입주 지역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관한 볼멘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김모(40)씨는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부동산 정책 때문에 이제 통합당 쪽으로 돌아섰다"며 "세금 거둬서 복지에 쓰자는 건 좋지만 경제적 부담이 되다 보니 보유세 감내하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흑석동에서 40년 살았다는 이춘근(82)씨는 "안 나오던 재산세가 갑절이나 올라 얼어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나 의원은 '보유세 부담 완화'를 크게 내걸고 있다. 그는 "세금 압박을 받는 지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최근 2년간 무려 27%나 상승한 공시지가도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급격한 인상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과 정치적 무게감을 강조한다. 5선에 성공할 경우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이나 당대표 등을 노릴 수 있다. "정치적 입지가 크면 동작을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나 의원이 내세우는 이유다.

24일 오전 동작구보건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오른쪽) (사진=이도윤 인턴기자)
◇ 이수진은 인지도 문제…'진정성' 차별화 전략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운동화를 신고 동작소방서, 동작구보건소 등을 바삐 돌았다. 주민 대면 폭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모습이었다. 감염병 우려로 비상근무 중인 공무원들에게는 "잠도 못 주무시죠.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격려했다.

판사 출신인 이 후보는 지난 1월 민주당에 영입된 정치 신인이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낯설다는 반응이 많았다. 보건소 앞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순희(63), 흑석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나영규(71), 시장 앞 노점상 고선자(62)씨 모두 이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고 답했다. 나씨는 가판대 위에 이 후보 명함을 두고도 "아까 우르르 와서 주고 갔을 뿐"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나오면서 활동 반경에도 제약이 생겼다. 이 후보가 이날 내내 마스크를 끼고 있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는 "마스크 때문에 얼굴 알리기도 어렵고 주민들 모이는 곳도 거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당장은 나 의원과의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졸업, 판사 출신, 여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도 많지만 이 후보는 "그분이 말과 행동이 달라 진정성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 경우에는 법원개혁 활동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특히 주목하는 건 교육이나 일자리 등 청년이 얽히는 문제다. 재개발 이슈는 구역별로, 그리고 집주인이냐 세입자냐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흑석동에 고등학교를 새로 유치해 동작을 '원스톱 교육 특구'로 만들겠다"며 "청년 창업자를 위한 공방 거리를 조성하고, 산학 클러스터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에도 마중물을 놓겠다"고 밝혔다.

물론 청년들도 호락호락하진 않다. 중앙대 인근에서 만난 강병주(27), 구종언(26), 우의진(27)씨 등 대학생들은 정당이나 이념보단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캐슬 아파트에서 만난 허모(32)씨는 "고등학교가 생기면 전셋값만 올라가지 않느냐"며 "크게 메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수원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이 후보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폭로자 가운데 하나다. 원내에 진출하면 사법개혁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흑석동 뉴타운 단지(사진=류현준 인턴기자)
◇ 이수진 박빙 우세…연령별 지지 나뉘어

여론은 이 후보가 박빙 우세한 모습이지만, 아직 판세를 예측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3~14일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나 의원(36.6%)이 이 후보(36.2%)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

그로부터 나흘 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47.1%)가 나 의원(35.4%)을 11.7%p나 앞섰다.

해당 조사에서 30~40대는 이 후보가, 50~60대에서 우세를 보였다. 부동산 정책이 지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응답자가 46.6%로, 영향이 없다는 39.5%보다 높았다.

(두 조사 모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대상은 동작을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중앙일보 조사는 501명, 동아일보 조사는 502명.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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