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들을 비롯한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판매·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집중 수사해 온 경찰은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의 영향력을 이 같이 설명했다.
와치맨은 n번방의 창시자로 통하는 갓갓의 매니저나 하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이라는 수면 밑 세계로 끌어내린 일종의 '설계자'라는 뜻이다.
이런 그가 이미 지난해 말 경찰에 검거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CBS취재결과 확인되면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와치맨은 그간 n번방의 창시자 갓갓으로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을 승계해 운영한 인물이자,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4)보다 이 바닥에서 먼저 이름을 떨친 사람 정도로 알려져 왔다. 그를 갓갓의 매니저 격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그를 집중 수사한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와치맨은 단순히 갓갓의 하수인 내지는 매니저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와치맨은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에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인물이다. (순서로 따지자면) 와치맨이 먼저고, 갓갓은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각종 성착취 영상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갔다가 더 은밀한 공간인 텔레그램으로 스며들었다. 텔레그램 비밀방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활성화를 시킨 것이 바로 와치맨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입수한 전씨 공소장을 살펴보면, 그가 외부 세계와 텔레그램을 연결한 수법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와치맨은 텔레그램에 '고담방'이라는 단체대화방을 만든 뒤, 이 방으로 통하는 주소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했다. 해당 사이트는 가입절차 없이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서 수많은 이들이 고담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와치맨은 고담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른바 '박사방'처럼 성착취 영상이 공유되는 텔레그램 비밀방에 접속하는 방법을 게시하며 홍보했다. 기존 비밀방 운영자들에게는 와치맨이 회원들을 끌어 와주는 이 바닥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이렇게 와치맨의 도움을 받아 활로를 찾은 텔레그램 비밀방 운영자들은 닉네임 '켈리(kelly), 체스터(chester), 키로이, 똥집튀김' 등 4명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그가 유포에 일조한 음란물은 아동 성착취물을 포함 1만1404건에 달한다.
갓갓이나 박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켈리'의 경우 갓갓이 운영하던 n번방의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물려받은 인물로 취재결과 파악됐다.
경찰은 와치맨 수사 당시 갓갓과의 연관성도 일부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와치맨이 갓갓이나 다른 운영자들에게 '비밀방 홍보를 해줄테니 후원을 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갓갓은 자취를 감췄을 때였고, 그가 운영했던 방도 몇 차례 폭파됐다가 다시 생겨나면서 구체적 동업 사실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와치맨이 n번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얼마나 수익을 챙겼는지도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지난 2월 와치맨을 구속 기소한 수원지검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그와 n번방의 연관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징역 3년6월을 구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은 측은 뒤늦게 보강수사 방침을 밝혔다.
수원지검은 24일 "기소 당시 n번방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일명 박사 등 다른 음란물 제작, 유포 사건과의 관련성 및 공범 여부 추가 조사를 위해 법원에 변론재개신청을 했고, 추가 조사 및 공판 활동을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와치맨은 1심 선고를 앞둔 최근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2차례나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