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세 여성에게 장기간 음란물 제작을 지시하고 직접 성매수를 하면서 불법 촬영까지 했는데, 이 '트위터 박사'에게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트위터에서도 판치는 '박사'들…범행 수법 비슷
2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대구지법 안동지원의 지난해 9월 판결문을 보면, A씨의 범죄혐의는 텔레그램 박사 조주빈씨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직접 제작에 관여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만 170건에 달한다.
A씨는 2016년 7월 랜덤 채팅 어플에서 알게 된 15세 여성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을 촬영하게 하는 등 2018년 4월까지 약 2년간 총 88개의 불법 영상을 제작하게 했다. 2018년 5월부터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16세 여성에게도 비슷한 요구를 해 지난해 4월까지 1년간 76개의 불법 영상을 받아냈다.
또한 A씨는 트위터에서 만난 또 다른 15세 여성을 집으로 데려간 후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촬영하는 등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직접 제작했다. 특히 해당 피해자의 경우 성매수로도 이어졌고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관계 촬영도 자행했다.
지난해 3월 A씨는 트위터 상에서 또 다른 '박사' B씨에게 매우 구체적으로 불법 성착취 영상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다. B씨는 평소 자신이 협박하고 있던 13세 여성에게 A씨의 변태적인 요구들을 전달해 동영상을 촬영하게 했다.
A씨 소유의 디지털기기에서는 여러 곳에서 구매하거나 다운로드받은 것으로 보이는 1만7962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발견됐다.
◇법원, 피해자 용서도 없는데 반성하니 감형?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성매수 △음란물 소지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다. 법정형만 놓고 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음란물 제작·성매수)이나 영리목적 개입 여부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불법촬영) 등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최장 22년 6개월까지 가능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기소된 후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약 2달 동안 거의 매일같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면 피해자들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용서는 없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장차 치료를 받아 왜곡된 성적 충동을 고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감경 사유를 밝혔다.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또 "왜곡된 성적 충동은 피고인이 다짐하고 있는 치료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도 면제했다.
피고인이 항소했지만 2심을 맡은 대구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2회에 걸쳐 동종의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사유는 앞서 1심 재판부가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으로 처벌받은 범죄전력이 없다"며 감형사유로 삼은 대목이다. 동종전과가 있음에도 중한 처벌이 아니었다며 도리어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법원의 문제의식은 너무나 동떨어져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판결문에 드러났듯 일선 법원은 아직도 '성적 충동'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장다혜 박사는 "과거 판결문들에서 '정욕을 이기지 못해' 강간 범죄를 저질렀다고 표현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 등 성범죄자들이 피해자들에 비해 나이나 금전, 완력 등에서 우월한 지위를 통해 구조적·계획적으로 약자의 성을 착취한 범죄를 '충동'의 문제로 법원이 격하시킨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직접 제작하고 1만7900여건을 소지했음에도 법정형에 한참 못 미치는 형이 선고된 점 역시 법원이 음란물 범죄의 피해를 직시하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음란물 속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법원은 처벌의 수위를 크게 낮추지만, A씨가 소지하고 있던 1만7900여건의 음란물 속 아동·청소년은 실제 범죄 피해자들이라는 것이다.
장 박사는 "아동· 음란물 제작이나 유통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이들이 수요에 부합하며 불법 영상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양산된다"며 "이러한 성착취 음란물을 여전히 개인의 성적 자유의 일부인 것처럼 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