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양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 먹힐까?

서방 국가들, 코로나 앞에서 '바보'가 된 이유

영국 노스 웨일즈에 사는 클레어 매킨토시 씨가 몰려든 관광객을 향해 ‘집에 가라 바보들아’라는 문구를 내걸었다.(사진=클레어 매킨토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간이 갈수록 서방세계를 휘젓고 있다.

미국은 하루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 이어 뉴욕이 중국 밖의 코로나 진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1/3인 1억명에 대해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0명 이상 운집은 안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정명령들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마이애미의 유명 해변과 산책로, 워싱턴DC 벚꽃 명소 등지엔 몰려든 사람들로 연일 북적댄다.

CNN은 "자택 대피령에 공개 저항하듯 사람들이 몰려나왔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워싱턴DC는 벚꽃 명소를 폐쇄했다.

마이애미, LA, 산타모니카, 롱비치, 말리부 지역 행정당국은 해변 주차장의 문을 닫고, 공원과 산책로를 폐쇄했다.

그러자 바다에 정박해둔 요트에 몰려가 선상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다.

호주의 유명한 본디(Bondi) 해변은 21일 밤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붐빈 뒤에야 주 정부가 폐쇄에 나섰다.

영국의 유명 휴양지와 관광지 사정도 마찬가지다.

웨일즈 스노도니아 국립공원 관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코로나사태 이후) 방문객들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보다 못한 지역주민들이 자체 방어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영국 노스 웨일즈에 사는 클레어 매킨토시 씨는 집 앞에 '집에 가라 바보들아'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린 테지드 호수 근처에 사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게재한 뒤 "호수가 있는 동네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여기는 공격에 취약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서 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적었다.


공격에 취약한 사람들이란, 호숫가 전원마을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은퇴한 고령자들로 들린다.

BBC는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정부 지도를 따르지 않고 시골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킨토시 씨가 문구를 내건 자동차 앞 유리가 깨지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사진도 게재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 모든 것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최적의 무기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맥을 못추고 있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서구에서는 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실패했을까?

초반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CNN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닉 채터 워릭 경영대학원 행동과학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침보다는 충고로 받아들이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대상도 하나 둘씩 점차 늘어나면서 이것이 안 지키면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의 방침이 처음부터 엄격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그는 서방 정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한국이나 중국 같은 엄격한 조치 대신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권고'를 하거나, '가능한 한' 집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도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23일(미국동부시간) 밤 8시 현재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20개 국가 가운데 중국, 한국, 이란, 브라질을 빼면 16개 국가가 모두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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