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 '황심' 얼마나…당선권 '절반' 꿰찼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순번 조정, 40명 명단 발표
1번 윤주경, 2번 윤창현, 3번 한무경 모두 黃 키즈
당선권 20번 중 8명 전진 배치…'친황 공천'
한국당 "철저하게 국민 희망에 초점" 선긋기
친박 유영하 재차 탈락…통합 취지는 살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은 모(母) 정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이른바 '황심'이 관철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새 비례 명부에는 황 대표 영입인사 상당수가 당선권에 진입했고, 한선교 전 대표 체제 인사들은 낙천권으로 밀려놨다.

비례대표에 '황교안 키즈'가 진출하면서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를 일단 진압했으나 '친황 공천' 및 '대리 공천'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재차 낙천시키면서 중도를 감안한 '통합' 취지는 살렸다는 평이 나온다.

한국당은 2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0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했다. 앞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기존 비례 명단을 재심사해 순번을 수정했고 이날 선거인단 투표(찬성 38명, 반대 25명)를 거쳤다.

순번 조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母) 정당인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시절 영입한 인사, '황교안 키즈'들이 대거 전진배치 됐다는 점이다.


우선 1번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2번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3번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모두 황 대표 영입인재다. 이들은 21번, 26번, 39번에서 각각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됐다.

또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기존 22번에서 4번으로 앞당겨졌고, 지성호 나우 대표이사는 순위계승 예비 명단 5번에서 12번으로, 전주혜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23번에서 15번으로, 낙천됐던 최승재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 대표는 14번,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19번을 받았다.

한국당 당선권이 18~20번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운 8명의 황 대표 영입인사들이 진입한 셈이다. 이밖에 영입인사 중 낙천된 김은희 테니스 코치는 23번, 백현주 서울신문NTN 대표는 27번, 이종헌 팜한농 노무관리자는 순위계승 예비명단 6번을 받았다.

반면 한선교 전 대표 체제에서 당선권에 있던 20명 중 12명은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낙천됐다. 우원재 유튜브 운영자(기존 8번에서 낙천),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14→32번)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비례 순번 조정으로 한선교발 공천 파동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다만 공천에 있어 '친황 공천', '대리 공천'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당에는 원유철 지도부 체제가 새로 들어서면서 공관위원장에 황 대표 최측근인 배규한 백석대 교수가 임명됐다.

다만 원유철 대표는 황 대표 의중과 관련 "철저하게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드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특정 누구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이번 공천갈등을 '성장통'으로 정의하면서도 공천개입 의혹은 거리를 뒀다. 그는 이날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 강해지는 혁신 더 커지는 통합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저는 당대표로서 밀실공천, 계파, 구태공천과 단절하기 위해 노력했고 늘 반복된 대표 사천도 그 싹을 잘랐다"고 말했다.

황 대표 측은 선을 그었으나, 영입인재들이 대거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출하면서 향후 본선에서 원내 진입 규모에 따라 리더십에 순풍을 달수도, 역풍을 맞을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번 공천 잡음 및 결과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되는 셈이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매정당이기에 비례명부에 황 대표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 공천 파동을 보는 여론의 눈총이 따갑고, 황 대표 영입인재에 대한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두고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또다시 탈락하면서 중도 표심을 감안한 '통합' 취지는 살렸다는 평이 나온다. 배규한 위원장은 "거명은 됐지만 그렇게 진지하거나 치열하게 하지 않았고 그냥 검토하면서 지나갔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일부 공천 명단에 대해선 잡음도 일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비례 19번을 받은 조명희 전 18대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이 9번을 받는 등 '회전문 공천'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앞순번에 청년층이 많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배규한 공관위원장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원유철 대표는 당선 목표를 25번까지 정했다. 그는 "이번에 캠페인을 잘해 국민 지지를 호소해서 25번까지 당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당에 향후 합류하는 의원과 관련 "10여명 정도 의원님들께서 뜻을 같이 해주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당의 현역 의원은 9명으로 10여명이 추가 합류한다면 투표용지 순번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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