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으로 유치원 못 가니 유튜브 등서 '랜선 유치원' 인기

맘카페서 '유용한 채널' 공유 활발…"영상에만 익숙해지면 어쩌나" 걱정도

"안녕!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주방놀이를 할 거예요. 신나게 출발!"

경기 고양시에서 3세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모(2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또래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아들과 놀아줄 방법을 찾아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씨는 22일 "유튜브 키즈 채널을 통해 어린이용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퍼즐 맞추기, 자동차 게임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휴원이 길어지자 어린 자녀를 밖에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랜선 유치원'이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라온 어린이용 채널로 자녀들이 유치원에서와 비슷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하는 아이디어다.


인천의 한 맘카페에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엄마들이 점검해야 할 3가지'라는 제목의 글에 '집에 김·계란·참치·스팸이 있는지', '아이들과 종일 있으면서 복장 터지지 않을 정신력이 있는지'와 함께 'TV·유튜브에 어린이용 콘텐츠가 충분한지'가 언급돼 엄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각 지역 맘카페에는 이런 '랜선 유치원'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5세 아이를 키운다는 한 주부는 "아이 영어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어 공유한다"며 링크를 올렸다. 서울 강남의 한 맘카페에는 "아이와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발레·요가를 따라 하며 '체육 시간'을 보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실제 유치원 교육체계를 흡사하게 옮긴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기를 끈다. 유아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은 수학·미술·언어·과학 등 매주 주제를 하나씩 정해 어린이들에게 쉽게 알려주는 영상이 올라온다. 실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주간교육 계획안과 가정통신문 형식의 전달사항을 올리기도 한다.

부모들은 "유튜브가 없었으면 육아도 못 했다"면서도 "아이들이 집안에서 휴대폰이나 TV만 보고 있어 걱정되기도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은평구에서 7세·4세 아이들을 키우는 김모(40)씨는 "아이들이 영상에만 익숙해져 글자 읽기를 어려워하게 될까 봐 신경 쓰인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4살 딸을 키우는 주부 주모(37)씨는 "유튜브 영상이 다양해 보여주기는 좋지만,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비교육적일 거란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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