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검토 '할 듯 말 듯' 靑…왜?

애매한 태도 취하는 정부와 청와대...취약계층 우선 지원 '답은 분명'
재난기본소득...일종의 보편복지, 내수진작차원으로 취약계층에 별 도움 안돼
1차 비상경제회의 대규모 중소기업, 영세소상공인 지원책이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답인 셈
왜 애매한 태도?...현금성 보편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 환기 정치적 효과 기대 분석
긴급소득지원 전국 지자체 확대될 경우, 정부 사후 보전 정책도 가능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요구가 이는 가운데, 청와대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선을 그으면서도 논의 가능성에는 아예 문을 닫지 않는 모습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에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50~1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재난기본소득은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이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긴급생활비를 지원하면서 더욱 그 현실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도 끝내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가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밝힌 바와 같이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미 문 대통령의 발언이나 1차 비상경제회의 결과에 그 답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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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한다"며 "가장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힘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이 현재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 국민에게 50~100만원 정도의 일정액을 주는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수십조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데 반해 절박한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효과를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난기본소득 대신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숨통을 트여준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언급대신 영세업자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책 발표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기본재난소득 논의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답변인 셈이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긴급생활비 지원도 현금성 지원이란 점에서 기본소득처럼 보이지만, 한시적이고 부분적 지원이란 점에서 기본소득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취약층 우선 지원이란 정부의 조치와 취지가 같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이 아닌 것을 기본소득이라고 해서 논의가 더 꼬이고 있는 것"이라며 "전체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일부분, 한시적으로 주는 것은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내 소비 진작 차원에서 현금을 뿌릴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상층 이상에서는 받은 돈을 쓰지 않는 등 이른바 '현금 사장효과'도 일어난다. 현재 상황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대해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는 듯한 발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자들과 만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줄곧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적 수용도,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 지자체 재정당국의 현실적 판단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관련 질문에 "향후 국내외 경제상황 국민 수용도, 지자체 차원의 노력 등에 따라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상황과 조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뚜렷한 부인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태도에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여야 할 것 없는 논의 필요성이 장기적으로 현금성 복지 지원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나 기초연금 확대 논의 때마다 보수 야당은 '현금 살포', '선심성 지원'이란 프레임을 씌어왔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으로부터 일면서 보편복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장기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다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나 전주시 처럼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소득지원이 전국 지자체로 퍼져 나갈 경우, 정부의 사후 보전도 고려한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당 일각에서도 긴급지원을 한 지자체에 대한 사후 정부지원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국복위위원장도 최근 "일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과 가까운 긴급지원을 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며 “지자체장 회의를 소집해 협조를 요청하고, 지자체들의 부담은 다음 추경에서 보전해주는 방안을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취약층에 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정부로서도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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