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급격하게 확산됨에 따라 오는 22일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후 전원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며 "특히 장기체류 목적의 입국에 대해선 14일간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검역과정에서 건강상태질문서, 발열 확인 결과 등을 토대로 유증상자, 무증상자를 구분하고 유증상자는 검역소 내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는 지정된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내·외국인 관계없이 입국 당시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무증상자'들의 진단검사를 위해서는 약 800실 규모의 임시시설이 마련된다.
또 정부는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는 확진자에 대해 중등도 판단에 따라 상응하는 시설로 이송·치료하는 한편 '음성'인 경우에도 2주간 격리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검사 결과) 양성인 경우, 중등도에 따라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게 된다"며 "음성인 경우에도 장기체류 외국인과 내국인의 경우, 14일간 자가격리를 통해 증상 발생유무를 확인하게 되고 거주지가 없는 경우 시설에서 2주간 격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국내 거주지가 있지만, 거주지가 없고 '음성' 판정이 나온 단기체류자들에 대해선 '능동감시'를 강화해 머무는 기간 매일 통화로 증상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만약 자가격리 기간 중 체류공간을 이탈할 시 감염병예방법 등 국내 법조항을 외국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벌금을 물리게 된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금번 조치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 입국자 중 확진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정기간 동안 실시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인력을 배치하고 격리시설 확충을 준비해 이번주 일요일 0시부터 적용된다"고 예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유럽발 입국자 가운데 내국인은 90%, 외국인이 10% 정도의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간 유럽에서 들어온 외국인 중 67% 가량은 장기체류 목적으로, 나머지 3분의 1 가량은 공무, 투자, 취재 등의 단기방문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유럽발 모든 항공편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해당 입국자들의 휴대전화에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증상 발생여부 등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현재 유럽 내 '대유행'의 심각성을 볼 때 현행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기준 유럽지역 누적 확진자 수는 약 8만8천명으로 잠정집계돼 8만894명의 확진자가 나온 중국을 추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탈리아는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3405명에 달해 동시간 3245명을 기록한 중국 내 누적 사망자를 앞섰다.
실제로 윤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우한시 관할인) 후베이성을 포함한 전체 중국을 놓고 봤을 때도 지금 현재 유럽의 발생률이 상당히 높고 확산속도도 아주 빠르다"며 "현재 상황에서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발생초기) 당시 중국보다는 훨씬 더 높은 위험이 있다고 일단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후베이성과 같이 유럽 전체에 대해서 입국금지는 하고 있지 않다"며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방역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상황이 비슷한 미국에 대해선 왜 추가조치가 검토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미국은)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미국도 최근 며칠간 증가세가 확산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저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발생률이라던지 등 유럽과 일단 차이가 좀 있다고 판단했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은 전날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국민에게 '해외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최고 수준(4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