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감염 우려로 관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은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의 첫 마디는 이랬다.
그는 "솔직히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조차 막막하다"며 "관객들이 영화관을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감염 예방 수칙 안내, 손세정제 비치 등으로 응대하고 있음에도 외부활동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는 흐름 안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해에 1인당 영화관에서 영화 4편 이상을 볼 만큼 한국에서 영화관은 대중과 접촉면이 가장 넓은 문화 시설로서 그 상징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영화관객수 급감 현상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영화관객은 3만 9183명에 그쳤다. 16일과 17일에도 각각 3만 6447명, 3만 6837명으로 하루 관객이 사흘 연속 4만 명을 밑돌았다. 이는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첫 해인 2004년을 제외하고는 사상 최저 기록이다.
한 멀티플렉스 집계는 그 심각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곳은 평일 상영회차당 평균 관객수가 11명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지던 지난달 중순 이후 하루 6~7회인 상영회차에서 조조·심야 등을 제외해 3~4회로 줄였지만 회차당 관객수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떨어졌다.
이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가 껴 있던 지난 1월 마지막 주에는 하루 7.1회 상영했는데, 상영회차당 평균 관객수가 28명이었다"며 "현재 3~4회차를 운영하는데도 관객수가 11명이라는 것은 극심한 운영난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 자구책만으론 한계 분명…"영화관에 오란 말조차 죄송스럽다"
영화관들은 좌석간 거리 두기, 다양한 기획전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 돌파는 요원하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화관이 너무 한산한데 분위기 전환이 안 된다"며 "좌석간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국내 전체) 하루 관객이 3만 명대인 실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기획전을 열고는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영화관으로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조차 죄송스러워, 직접적인 마케팅도 삼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래서 영화관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 줄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관들은 현재 티켓 값의 3%를 매달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영화관들이 어려움을 겪자 영발기금 납부 유예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아예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발기금 유예 효과는 현재 영화관이 처한 현실에서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영화관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면제해야 한다"며 "영화산업 매출의 76%를 영화관에서 올리는 만큼 영화관이 고사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지던 대구 지역 모든 상영관 영업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영업 중단과 전국 지점 상영회차 축소 등으로 휴업 노동자도 급증했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휴업수당과 같은 정책적 지원 검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어려움 속에서도 영화관 측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확산 방지 노력에 함께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 A씨는 "소규모 집단 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단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예방에 관한 정부 방침을 적극 따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 사태가 끝나면 개봉을 연기한 국내외 영화를 포함해 수많은 영화들의 개봉 시기를 다시 조율해야 하는 민감한 문제가 불거질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 B씨는 "관객도 없고 영화도 없고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손실금만 쌓이는 굉장히 어려운 현실에서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럴 수 없다"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끝나서 좋은 영화들이 많이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영화관은 감염병 사태와 같은 위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발길이 끊기고,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가장 늦게 되살아나는 문화 시설"이라며 "현재 영화관객이 급감하는 것은 위기 신호지만, 이 사태가 지나고 관객들이 다시 몰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