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련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거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한국 관련 이야기들이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수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평가를 바탕으로 한 보도는 해당 국가의 보건당국의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영국의 가디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영국 보건 당국에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우리나라의 모델을 참고하라고 조언한 이후 대서양 건너 백악관 코로나대응 태스크포스 안에서조차 롤 모델 대상국의 하나로 한국이 언급되기도 했다.
한국이 보건 선진국 또는 의료대응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라는 관념을 이들 국민들 의식 체계에 뿌리 내리게 하기 충분한 내용들이다.
이런 가운데 왜 로이터는 18일(현지시간) 한국의 초기 대응이 왜 빨랐는지 그 배경과 이면의 이야기를 특집 기사로 전했다.
기사의 제목은 '한국은 코로나 검사에서 미국을 어떻게 완패시켰나'이다.
이야기는 지난 1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정 연휴 마지막 날 서울역에 20개 제약회사 관계자들이 모였다. 보건당국이 연휴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집합시킨 것이다.
당국자는 그 모임에서 승인을 곧바로 해 줄 터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즉시 만들라는 주문을 한다.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한 뒤 제약회사들은 '군대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그리고 검사 장비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2월 말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식과 하루 수 천 명씩의 검사 능력이 그 날 모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똑같은 날 첫 감염자가 나왔지만 후속 대책은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검사는 지연됐고, 혼돈스러웠다.
미국보건복지부 고문을 지낸 로저 클라인의 표현대로 '미국 보건당국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움'을 하게 된 것은 양국의 공중 보건 시스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관료주의가 능률적이라면 미국은 혼잡스럽다. 한국의 리더십이 대담하다면 미국은 신중하다. 한국의 일처리가 긴박감에 의존한다면 미국은 규칙(protocol)에 의존한다.
미국에서 전염병 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하는 곳은 보건복지부(HHS) 산하의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두 곳이 핵심이다.
CDC가 초기 검사 장비를 개발하면 FDA가 승인을 한다. FDA의 심사 및 승인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현장에 투입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광범위한 검사를 하면서 그 효과를 검증해 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은 무모했는가? 한국의 검사의 질이 낮았는가?
한국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이사는 "1주일 만에 승인을 받은 장비가 1년의 실험 과정을 거쳐 나온 장비만큼 좋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장비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이중으로 검사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시스템에만 입각해 결정하는 미국적 일처리 방식이 때로는 규제로 작동해 적어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는 실패였다는 공감대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미국의 민간 연구소들은 온 나라가 FDA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않도록 규칙을 완화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FDA도 지난달 29일 전면적인 검토를 완료하기 전에 공공 및 민간 연구소가 자체적인 검사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사실상 항복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날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