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하준 "지금은 경제 전시상황, IMF보다 더 심각"

최악의 타이밍에 코로나 뇌관 터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 폭증
양적완화? 2시간 지나면 증시 떨어져
재난기본소득? 세금 감면이 현실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하준(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밤사이 뉴욕 증시 또 폭락했습니다. 우리 증시는 어제 1600선 밑으로 떨어졌죠. 10년 전으로 돌아간 겁니다. 지난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 심각하다. 미증유의 비상 경제 시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말을 했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1차 위기라면 2차 위기는 경제 위기가 될 거고 코로나보다 더 큰 시련을 줄 수 있다. 이런 분석들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얼마나, 언제까지 갈까요? 혹시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정도의 각오를 우리가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서 있는 상황을 최대한 정확히 알아야 대비도 가능합니다. 저 멀리 영국에서 세계의 경제 움직임을 보고 있는 분 직접 만나보죠.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 영국도 확진자 수가 꽤 늘고 있는데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장하준> 오늘 영국 수상이 여기 학교, 대학 문 닫으라고 해서요. 지금 굉장히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죠. 그러니까 사실 영국 정부는 ‘될 수 있으면 강력한 조치는 나중에 도입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나왔는데 갑자기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지난 주말부터 급선회해서 지금 계속 조치를 도입을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비슷하네요, 어려운 상황은.

◆ 장하준> 그렇죠. 사실 여기가 더 문제인 게 지금 영국 같은 경우는 미국보다는 많이 했지만 검사 테스트도 충분히 안 되어 있고요. 그리고 지난 한 10여 년 동안 긴축 재정을 해야 된다고 해가지고 여기는 의료가 국유화가 돼 있으니까 의료 예산 같은 걸 많이 깎는 바람에 지금 굉장히 커지기 시작하면 어려울 거다. 이런 진단들이 많습니다.

(사진=연합뉴스)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영국 말씀하셨지만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 미국, 중동 할 것 없이 코로나19 상황 심각해지면서 경기를 가장 선행해서 민감하게 반영하는 곳. 금융 시장부터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심하게 곤두박질치고 있는 모습인데 이 경제 상황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그러니까 이게 우선 좀 뒤로 돌아가서 얘기를 하자면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잘못 처리를 해가지고 사실 지금 이 문제가 더 커진 건데요.

◇ 김현정> 2008년 금융 위기면 12년 전인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 장하준> 아니요, 아니요. 지금 코로나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뭐냐면 2008년 금융 위기 때 제도 같은 개혁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돈 풀어가지고, 말하자면 문제를 봉합을 해 놓은 거거든요. 그래가지고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다가 무슨 양적 팽창이니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돈을 막 푸는데 그게 금융 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에는 잘 돌아오지 않았어요.

지금 금융 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에서 이 코로나가 말하자면 뇌관을 터뜨렸단 말이죠. 굉장히 어려운 겁니다. 옛날처럼 돈 풀어서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이, 돈을 풀면 뭐해요. 나가서 사람들이 돈을 쓸 수도 없고 지금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 2008년 금융 위기의 문제점을 다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봉합만 해 놨는데 그게 코로나19를 맞아서 터져버렸다, 이 말씀이군요.

◆ 장하준>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게 가는 것도 각오해야 된다고 보시는 거예요?

◆ 장하준> 이미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가고 있죠.

◇ 김현정> 이미요?

◆ 장하준> 네.

◇ 김현정> 1997년 IMF 때는 우리나라 집값이 3분의 1토막까지도 났었고 1998년 한 해 평균으로 봐서도 서울 집값이 13% 떨어졌고 집값은 제가 예로 든 겁니다마는 전체적인 실물 경기가 추락했었던 건데 그때보다 더할 수도 있다는 말씀. 그런 각오도 해야 된단 말씀이에요?

◆ 장하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지금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해가지고 부채가 지금 엄청 많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기업들이 돈을 마구 빌렸단 말이죠.

◇ 김현정> 마구 빌려서 마구 쓰고 부채는 마구 늘어나고.

◆ 장하준> 그렇죠. 전문가들 사이에 ‘금융 시장 교란이 오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 아주 그냥 최악의 타이밍에 이게 터진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지금 IMF 때보다 더할 수도 있다. 이미 더한 쪽으로 들어섰다’까지 말씀을 하신 상황에서 다음 질문은 ‘언제까지 갈까? 그리고 얼마나 깊게 상처를 줄까?’인데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글쎄요. 이게 지금 일단 병이 잡혀야 이게 언제 쯤이라도 좀 가닥이 잡힐까?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이게 지금 어디까지 퍼질지 지금 알 수가 없거든요. 지금 이태리 같은 데는 거의 그냥 속수무책으로 나가고 있고. 미국은 이제 더 큰일이에요. 왜냐하면 영국 같은 데하고 비교해서도 말도 안 되게 테스트도 안 돼 있고. 그래서 오죽하면 무슨 복지 이런 거라면 손사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병가 내면 급여 지급하겠다.’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 김현정> 오죽하면 트럼프가 그러겠는가.

◆ 장하준> 그렇죠. 그런데 말하자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얘기죠. 이미 퍼질 대로 다 퍼져 있을 텐데. 병이 어느 정도에서 가닥이 잡힐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감히 제가 ‘언제쯤이면 괜찮겠다.’ 이렇게 예측을 못 하겠어요. 일부 사람들은 뭐 경제학자들도 ‘한 3개월 지나면 괜찮지 않겠냐?’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보고요.

◇ 김현정> 3개월 지나면 괜찮지 않겠느냐 하는 분들은 V자 곡선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더라고요. 보통 어려웠더라도 그래프로 보면 V자로 우리가 살아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뇌관이 된 것이 감염병이라는 측면에서 V자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 장하준> 그럼요. 그러니까 지금 영국 같은 경우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라.’ 수상이 얘기하면서 1년 이상 갈 수도 있고 최소한 6-7개월은 지나야 가닥이 잡힐 거고 그다음에 아무리, 아무리 V자로 회복이 된다고 할지라도 미국, 영국에서 병이 잡히려면 최소한 연말까지는 가야 그다음에 V자가 되지도 않겠지만 되는 거죠.

◇ 김현정> 아니, 지금 전체 지구촌이 한덩어리로 돌아간다는 걸 계속 강조하고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국가별로 봤을 때 사망자만 2000명 넘어선 이탈리아 또 스페인 이런 국가들은 원래도 경제가 좋지 않았는데 재정 위기, 국가 부도 사태까지도 생각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가능성이 있나요?

◆ 장하준> 글쎄요. 뭐 그 나라들이 유럽연합의 일부이기 때문에 옛날에 우리나라 IMF 때 당한 것처럼 그렇게까지 당하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어렵겠죠. 세계화가 진행이 되다 보니까 말하자면 큰 도시긴 하지만 중국 지방 도시에서 병 한번 나가지고 뉴욕 금융 시장이 붕괴하고, 부품이 없어서 독일에서도 자동차 공장 휴무하고 이런 상황이 됐는데 그렇게 다 얽어져 있습니다. 그다음에 대응책 같은 건 공조해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하니까 문제가 더 힘들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상당히 어렵다. 이게 상당히 어렵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데 그럼 경제에 가장 민감한 곳 주식 시장. 지금 코스피가 10년 전으로 돌아갔어요. 1600선 밑으로 가서 거의 뭐 증권 시장이 패닉인데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 장하준> 더 밑으로 가겠죠.

◇ 김현정> 아직 바닥 아니라고 보세요?

◆ 장하준> 아니죠. 제일 중요한 게 지금 병이 어떻게 잡히냐 그 문제도 있고. 또 지금 사우디하고 러시아하고 유가 전쟁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그런 건 또 어떻게 될 것이며 여러 가지 변수가 지금 워낙 많기 때문에 어디까지 떨어진다라고 말씀 못 드리겠어요. 그런데 단적으로 지금 연일 미국 연준에서 ‘이자율을 거의 제로로 내린다, 몇조 달러를 푼다’라고 하는데 이래도 한 2시간 지나면 주식 시장 다시 떨어지잖아요.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지금 뉴욕 증권 거래소 객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속보도 들어와 있습니다. 전자 거래만 허용하고 증권 거래소 객장을 폐쇄하는 이런 일이 이건 사상 처음 있는 일 같은데요.

◆ 장하준> 글쎄요. 사상 처음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엄청 심각한 상황이죠. 그러니까 이게 문제가 뭐냐 하면 그냥 진짜 돈을 풀면 문제가 해결되는 면도 있는데 이거는 그게 아니라 지금 실물 경제 자체가 돌아가지를 않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집마다 1000불씩 나눠주겠다. 무슨 쇼핑 쿠폰 보내겠다. 이런 얘기하는데 그거 보내면 뭐합니까? 나가서 쓸 수가 없는데.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질문드리려고 했어요. 지금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각국이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는데 돈을 엄청나게 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게 트럼프 대통령 방식. 현금을 포켓에 직접 꽂아주는 방식, 현금 직접 지급을 택하는 방식이 검토 중인데요. 1인당 1000달러를 두 번 주겠다. 그러면 2000달러. 우리 돈으로는 240만 원 정도가 되는 거네요. 한 번 준다고 했던 걸 늘려서 2번 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하거든요. 이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세요?

◆ 장하준> 글쎄요. 물론 돈을 주면 어느 정도는 쓰겠지만 지금 문제는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다못해 (미국이) 한국같이 무슨 택배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영국 같은 데는 그런 식으로 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고 하니까 슈퍼마켓이니 온라인 배달이 완전히 다 마비가 돼버렸어요. 한국처럼 그런 게 발달 안 했기 때문에.

◇ 김현정> 원체도 우리처럼 발달하지 않았는데 그나마도 지금 마비된 상태에요? 택배 배달도?


◆ 장하준> 그렇죠. 그런데 이게 더 지속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고요. 그런데 돈을 주면 뭐합니까? 가서 쓸 수가 없는데. 제가 보기에는 진짜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그런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 있잖아요. 집세라든가 전기요금, 수도요금. 그런 걸 도와줘야 돼요. 그건 어차피 나가야 되는 돈이니까요.

◇ 김현정> 전기 요금, 수도 요금 감면해 주고 세금 내는 거 삭감해 준다든지 안 걷는다든지 이런 방식.

◆ 장하준> 그리고 또 지금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몇천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거라고 예상을 하는데 기업들이 말하자면 사정이 안 좋아서 해고해야 될 인원들을 해고 안 하고 데리고 있으면 그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를 해 준다든가.

◇ 김현정> 그런 식으로 도와주는.

◆ 장하준> 우리나라 같으면 자영업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많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지금 자영업자 비율이 총 노동 인구의 한 25% 되는데 유럽 나라들은 그 비율이 한 15%고 미국 같은 데는 그 비율이 7%도 안 돼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또 자영업자 대책이 필요합니다. 굉장히 시급해요.

(사진=AP/연합)
◇ 김현정> 트럼프가 1000달러씩 두 번 풀어봤자 나가서 사지를 못하니 이게 뭐 큰 도움이 되겠는가. 경기 부양책이 되겠는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도 그 고민을 지금 하고 있거든요.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하고 세금 감면해 주는 방안.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또 미국 경우와는 좀 다르니까. 어떻게 보세요, 우리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 장하준> 저는 그런 세금이 됐건 기본적인 공과금이 됐건 그런 걸 깎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게요. 물론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인터넷 쇼핑, 배달 이런 게 발달해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금 지급 방식이 조금 더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사람들이 나가서 어디 가서 뭐 먹고 쓰고 할 그 환경이 안 되어 있단 말이에요.

◇ 김현정> 사회적 거리 두기.

◆ 장하준> 그러면 차라리 그냥 어차피 생활하는 데 필요한 그런 돈들을 깎아주는 게 저는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다른 나라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 방법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의견이십니다. 알겠습니다.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든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든 돈이 들어가야 되잖아요. 재원이 필요한데 기획재정부에서는 재원을 좀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국채 발행 통해서 자금 충당하면 국가 채무 비율 올라가고 재정 건전성 타격 입을 수 있다.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우리나라 저는 참 안타까운 게 우리나라 재정 관료들께서 아주 지나친 건전 재정에 관한 강박 관념이 있어요. 우리나라 정부 재정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게 건전한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채 비율이 국민 소득 대비해서 40% 좀 넘는데 유럽의 그런 대여섯 개 나라, 40% 안 되는 나라 빼고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낮아요.

◇ 김현정>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이군요.

◆ 장하준> 그리고 거의 매년 흑자 재정하고. 오죽하면 재정 적자 싫어하는 OECD에서 한국은 돈 좀 더 재정을 통해서 써도 된다. 이런 얘기 맨날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장하준> 그리고 지금 상황이 거의 준전시인데 2차대전 때 예를 들어 영국이나 미국에서 ‘재정 적자나니까 히틀러랑 적당히 싸우자’ 이랬으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됐겠어요.

◇ 김현정> 준전시라고 보세요? 지금 전시예요?

◆ 장하준> 아니, 트럼프마저도 전시라고 지금 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보고 행동을 하면 지금 재정 적자 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 그리고 이게 지구촌이 다 연결된 문제기 때문에 지구촌 전체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 영국의 캠브리지대 경제학부의 장하준 교수 통해서 오늘 멀찌감치서 더 객관적으로 들어봤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오늘 감사합니다.

◆ 장하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장하준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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