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종료되고 수요가 회복돼야 하지만, 5월 파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항공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 말라버린 여객 수요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존 국제선 여객노선 124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35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여객노선 71.8%가 멈추다보니 덩달아 여객기 145대 가운데 100여대가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노선은 △워싱턴 △시카고 △밴쿠버 등 미국과 캐나다 일부와 △푸켓 △세부 △베이징 등 아시아 일부 지역뿐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유럽은 영국 런던을 제외하고 모든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 국제선 노선 76개 가운데 현재 운항하는 곳은 24개 줄었다. 현재 운항하는 주요 노선도 미국에서 로스엔젤레스(LA)와 뉴욕, 유럽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유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도 기존 현재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은 7개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반드시 항공기를 타야 하는 사람 외에는 수요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여객 수요가 말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398만 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나 감소했다.
한화증권은 과거 9‧11테러(-10%), 사스(-39.6%), 금융위기(-17.6%), 메르스(-15%) 등 사건보다 큰 수요 충격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노선별로는 미주(5.6%)를 제외하면 △중국 -77.4% △일본 -55% △동남아 -40% △유럽 -7.5% △대양주 -12.8% 등 모든 노선에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 면제‧유예 위주 정부 지원책 한계…"전향적 대책 필요해"
5월까지 전국 공항에 항공기 주차비용에 해당하는 주기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착륙료 감면, 미사용 운수권 등의 회수 유예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114억원 상당의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좀 더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면과 유예 위주의 정책만으로 항공업계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현금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항공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현재 정부의 지원은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줄넘기를 쥐어주고 몸을 만들어서 다시 살아나라는 식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은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면서 "항공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같은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사가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수출품을 수송하는 수단으로써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면서 "항공산업이 무너지면 후폭풍이 불가피한 만큼,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항공업계 파산에 대한 경고도 제기된 상태다.
호주의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CAPA는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5월 말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50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의 항공업계 지원책을 내놨다.
◇ 포스트 코로나19 대책 "수요가 살아나야"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코로나19 국면을 벗어나면 항공업계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19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의 원유전쟁 등의 영향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저유가 상황이 무조건적인 호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환율이 지난 17일 1240원대로 거래를 마치며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다. 또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도 코로나19인 만큼 상황이 종식되면 유가가 어떻게 바뀔지 불투명한 점도 문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끝난다고 해서 현재의 국제유가 등 환경적 요인이 항공업계 반등의 계기로 작용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전 세계적인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 전까지 항공업계는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