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7일(현지시간) EU 회원국 정상들과 코로나19 대응책 논의를 위한 화상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EU 여행을 일시 제한함으로써 우리의 외부 국경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에 적용된다. 또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도 이번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들은 유럽 내에서 국경 통과시 여권 검사를 생략하는 등 이동의 자유를 규정한 솅겐 협정에 가입한 국가들이다.
다만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럽 시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 국민의 가족, 외교관, 의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 상품 운송 인력 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 각국이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곧바로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30일보다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EU의 사실상 국경 봉쇄 조치는 회원국들이 앞다퉈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지난 주말 국경 통제를 발표했고 덴마크를 비롯해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등도 국경을 걸어 잠궜다. 심지어 국경 통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독일도 국경을 당분간 봉쇄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는 5월까지 모든 외국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역유입 우려가 커지자 지방정부들이 속속 외국인 출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수도 베이징시는 지난 16일부터 무증상 입국자 전원을 원칙적으로 집중 관찰 장소로 이송해 14일간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마저 모두 입국자에게 부담시키기로 했다. 네이멍구성 당국도 베이징에 이어 국외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강제 지정 격리 조치를 시행하며, 모든 비용을 입국자들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외국인 입국이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코로나 확산이 빨라지기 시작한 중남미도 빗장 걸어 잠그기에 동참하는 추세다.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아르헨티나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15일간 제한하기로 했고, 콜롬비아는 거주 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페루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국경 폐쇄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