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쓰려고 만든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명단과 순번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심사한 명단을 지난 16일 당 지도부에 제출했지만, 최고위원 간 발생한 이견이 이틀째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이 특히 곤혹스러운 건 황교안 대표가 공을 들인 영입인재 등 통합당 측 인사가 대부분 빠지거나 뒷순위로 밀렸다는 점이다. 명단 의결을 주도하고 있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의 이름을 따 '한선교의 난'이 아니냐는 관측도 정치권에 파다하다.
만약 최고위에서 제출된 명단을 부결하더라도 당규상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강행에 동의하면 원안대로 확정된다. 총선 후보자 등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도부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한 대표 측에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기도 조심스럽다. 다른 당 공천에 개입하는 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터라 자칫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미래한국당의 독자 세력화를 가정하고 차선책으로 자체 비례 후보를 내거나 제2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안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통합당 영입인재 일동은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황 대표를 향해 "미래한국당에서 책임을 지고 공정한 재심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도 "만약 자매정당(위성정당)으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저희를 복당시켜 통합당 비례대표 절차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고, 표가 나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자체 후보를 낼 경우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의석을 상당수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역구 공관위에서 발생한 공천 잡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통합당은 앞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개인적 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줬다는 이른바 '사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던 양측이 일단 "역대 공천 중 가장 혁신적 공천(황 대표)", "서로 자제하면서 같이 가려고 한다(이석연 공관위원장 직무대행)"며 수습하는 분위기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민경욱 의원, 김미균 후보, 최홍 후보 등 한 번 내려진 결정이 번복되는 사례가 발생한 뒤 낙천한 후보 상당수가 황 대표 측에 재의를 요구하고 있다. 최홍 후보가 공천 철회된 서울 강남을 지역의 경우에도 공천 결과에 따라 갈등 소지가 있다.
이를 두고 통합당 소속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돼 버렸다"며 "철학도 명분도 없는 이상한 공천 쿠데타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가 지역구 공관위와 미래한국당 측에 입김을 제대로 불어넣지 못했음에도 공천 잡음에 대한 책임은 또 책임 대로 져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