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개원일을 오는 4월6일로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어린이집 휴원도 같은 날짜까지 연장됐다.
이날 각종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해당 소식과 함께 '돌봄 고민'을 토로하는 맞벌이 영유아 부모들의 글들이 급속도로 공유됐다. 한 회원은 "감염 우려 때문에 머리로는 당연히 개학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돌보며 일하기 하루하루 참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글에는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돌봄을 위해 휴가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퇴사를 고민 중이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회원은 "결국 개학연기가 됐네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씁쓸한 마음"이라며 "이미 연차, 돌봄 휴가를 다 끌어다써서 더이상 쓸 휴가도 없고 퇴사가 답인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남편은 자신이 더 열심히 벌겠다며 원하는대로 하라는데, 또 한편으로는 외벌이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나이도 있으니 나중에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심란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결국 경남에 사는 부모님께 2주 간 두 아이를 맡기기도 했다. A씨는 "사태가 장기화 되면 결국 부모님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어 답답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5살 아들을 둔 맞벌이 엄마 B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씨는 그동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돌보미에게 양육을 맡겨왔는데 코로나 19 사태를 기점으로 이 체계가 모두 무너졌다. 돌보미마저 '아이에게 혹시라도 감염시킬까 두려워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부모님이 아이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시부모님께 아이를 등원시켜 긴급 돌봄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아이가 안타깝다'며 완강히 반대 하시더라"라며 "일단 휴가를 간헐적으로 쓰면서 버티고는 있다. 주변에 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는 현재도 맞벌이 부모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모들에 한해 '긴급 돌봄‧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A씨나 B씨 가정과 비슷한 이유로 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기 주저하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 수요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긴급돌봄 신청률은 전체 학생의 2%대에 그쳤고, 유치원은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에서 1200명 기준으로 15명 정도가 긴급 돌봄을 받고 있다"며 "긴급 돌봄을 신청해놓고도 여러 불안 때문에 막상 아이를 보내지 않는 가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가족 돌봄 휴가 제도' 혜택 확대도 고심하고 있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자녀 돌봄 등을 이유로 '무급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정부가 1인당 일 5만 원을 최대 5일 동안 지원하는 것이다. 한부모는 최대 10일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학‧개원 연기조치와 맞물려 해당 제도에 혜택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용노동부에 이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좀 더 적극적인 요청을 할 계획이다. 부처 간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