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개학 때문에 일주일에 2~3일을 빼고는 재택근무 중인 초등학교 교사 양모(29)씨는 요즘 윗집 아이들의 뜀박질, 어른들의 '발망치' 소리에 고통 받고 있다.
양씨는 "평일에 직장에 나가 근무할 때는 잘 몰랐는데,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시간대 상관없이 늘 아이들이 뛰어다니더라"며 "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는 만큼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처음엔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한 찰흙이나 퍼즐에 소형‧대형 마스크까지 챙겨서 윗집 현관 앞에 두고 "주의 해달라"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양씨는 "개학 연기 때문에 이젠 사촌까지 놀러왔다는데, 거의 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경비실에 연락하니 그날만 층간소음 민원이 5건이 들어왔다더라"는 양씨의 말처럼, 이는 양씨네 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재택근무 4주째인 황모(27)씨는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면 장난감을 던지며 온 집을 뛰어다니는데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 지도 알겠더라"며 "경비실을 통해 얘기하니 '그게 왜 문제냐'더니 30분여 동안은 오히려 '보복 소음'을 내듯 더 심하게 쿵쿵대는 것 같아 질렸다"고 말했다.
박모(36)씨는 "매일매일 이사하듯 쿵쿵대는 소리에 기분 나쁜 가슴 두근거림이 시작됐고, 일주일 째 되는날 신경안정제 복용까지 시작했다"며 "출장 등 이유로 잠시 혼자 살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직장 근처에 단기 월세를 알아보고 있고, 전세를 구해 몸만 나갈까 가족들과 상의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낼 수도, 그렇다고 밖으로 내보낼 수만도 없는 부모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도 "어린이집도, 바깥 활동도 안 하니 아이들이 잠에 드는 시간도 자꾸 늦어지고, 뛰지 말란 소리를 하루에도 100번도 더 하는 것 같다, 층간소음 걱정에 심장이 쿵쾅댄다", "평일과 주말에 친척집을 오가면서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아이들을 조심시키는 데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거실 전체와 놀이방에 2㎝ 두께의 매트를 깔아놨는데, 4㎝로 바꿔서 부엌과 복도 전체에 다 깔아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호소와 한탄이 이어진다.
실제 한 층간소음방지매트 판매업체에 따르면, 최근 한달 간 매트 주문량이 한달 전에 비해 20%가량 늘어났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분쟁을 조정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는 지난달 기준 콜센터 상담 1422건과 현장진단 신청 1062건을 합해 2484건의 의뢰가 들어왔다. 지난 1월 기준 콜센터 상담이 875건, 현장진단 신청이 841건씩 1716건을 기록했던 데 비해 42.7%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번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들어온 의뢰만도 각 597건, 671건씩 1268건에 달했다.
박씨 등은 이들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라도 빨리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아이들도 어서 밖에 나가 활동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