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황교안, '김종인' 멀어지고 '홍준표' 생환 가능성

총선 한 달 앞두고 내우외환…洪 '무소속 강행'‧金 선대위 영입 '삐걱'
선대위원장 김종인 영입 난항…'태영호 비판' 관련 당내 반발 확산
대선 경쟁자 洪 견제 실패…대구수성을 무소속 생환 가능성 높아져
수도권 선거 패배‧영남 주도권 상실시 黃 대권가도 '빨간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 중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관련 비판 발언으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고, 황 대표의 대선 경쟁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대구수성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전 대표 영입 불발로 인해 수도권 선거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홍 전 대표의 생환시 영남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황 대표가 대권 발판을 마련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vs 최고위 '공천권' 신경전…'태영호' 비난 발언으로 폭발

공천을 90% 이상 끝낸 통합당은 당초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김 전 대표 영입에 공을 들여온 황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요구하는 수도권 일부 지역 공천권에 대한 조율만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지난 13일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론 김 전 위원장이 친문(친문재인) 의혹을 받는 김미균 후보의 서울강남병 단수공천과 관련된 논란 때문에 물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주도한 공천을 김 전 대표가 재차 손을 대기 전에 사퇴 카드로 맞섰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인 무소속 대선후보가 2017년 4월 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리는 봄꽃축제의 벚꽃길을 걸으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기자
실제로 김 전 위원장 사퇴 후 열린 지난 13일 심야 최고위 회의에선 공관위 재구성과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격론 끝에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 체제를 존속하기로 결정했지만, 태 전 공사의 서울강남갑 공천을 '국가적 망신'이라고 언급한 김 전 대표 영입을 두고는 찬반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영입 제안도 나왔지만, 이 전 총리 측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최고위원은 15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태 전 공사를 공격하면서 보수층의 마음은 이미 많이 돌아섰다"며 "이견도 있었지만 김 전 대표 영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지도부가 이런 반대를 뚫고 과연 김 전 대표를 데려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한 비난도 있었지만 수도권 선거를 위해선 여전히 김 전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나왔다"며 "황 대표가 일단 추가적으로 김 전 대표를 접촉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 관련 발언을 해명하는 동시에 공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김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김 전 대표 영입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영입에 실패할 경우 황 대표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확장을 위한 카드로 김 전 대표 영입을 고려한 만큼 수도권‧중도층 표심을 이끌 만한 대안을 당장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 대표가 직접 나섰던 영입 작업이 당내 반발로 인해 무너질 경우, 사실상 황 대표의 리더십이 작동불능에 달할 우려가 있다.

◇'컷오프' 반발 홍준표, 무소속 대구 초강수…생환시 영남 주도권 탈환

공관위의 컷오프(공천배제)를 "황교안과 김형오의 협잡"이라고 비난한 홍 전 대표는 오는 17일 오후 2시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대구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신청자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지난달 초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공관위에 맞서 한 달 넘게 신경전을 벌여왔던 홍 전 대표는 결국 TK(대구‧경북)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당초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창녕 출마를 검토했지만, 공관위의 압박이 거세지자 경남양산을로 옮겨 민주당 김두관 후보를 잡겠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양산을 공천 면접 후에도 컷오프 결정이 나오자,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양산을 지역에서 나동연 전 시장과의 경선을 회유해놓고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김 전 위원장과 황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지난달 홍 전 대표의 PK(부산‧경남) 출마설이 돌자, 당 안팎에선 황 대표 측이 당의 우세 지역에 홍 전 대표를 공천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 승부를 걸면서 원내 입성이 불투명해진 마당에, 우세 지역에서 홍 전 대표의 생환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공관위의 이같은 압박이 오히려 홍 전 대표의 TK 출마에 명분을 주게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홍 전 대표 컷오프에 대한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사퇴한 상황에서,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협잡'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심야 최고위에서도 김 전 대표 영입 안건을 오는 16일에 의결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김종인이 홍준표를 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오늘 19일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에 대한 컷오프 번복을 우려해 황 대표가 김 전 대표 영입을 적극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홍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올 경우 당내 영남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 협상 과정에서 홍 전 대표를 PK 험지인 창원성산에라도 보내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황 대표 쪽이 너무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탈당 이력이 홍 전 대표에게 흠이 되긴 하겠지만, 일단 저런 식의 명분을 갖고 나가서 살아 돌아오면 세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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