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등을 직접 치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안고 있지만, 마스크와 방역 용품 품귀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피 묻은 휴지까지 만지지만…" 마스크 지급 못 받는 병원 청소노동자들
"코로나가 터지고나서 원청과 하청 그 어디로부터 마스크를 받지 못했어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5년째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A(59)씨. 병원에 있는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다. 매일 병원 지하와 지상을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한다. 대형 병원인 만큼 하루에도 의심환자들과 기저질환자 등 불특정 다수가 병원을 찾는다. A씨는 "청소할 때마다 평소보다 겁 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마스크가 이들의 유일한 보호막이다.
하지만 A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비축해둔 마스크를 써왔지만 몇 개 남지 않았다. 이전에는 병원 곳곳에 덴탈용 마스크가 비치돼 있어 하나씩 얻어 쓸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소속 용역업체 관리자에게 문의했지만 "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들은 "그나마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겐 마스크가 지급되지만 그 이외 영역에서 일하는 미화원들에겐 지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 응급실 안에 직접 들어가진 않아도 병동에서 나온 쓰레기는 한 번씩 이들의 손을 거친다.
같은 격리병동을 출입해도 의료진에겐 방호복이, 청소 노동자들에겐 비닐 소재 옷이 제공됐다. 미화원들은 관리자에게 항의하고 나서야 방호복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B씨는 "환자의 피가 묻은 휴지까지도 치우는 경우가 있는데 옥신각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보호구를 받을 수 있었다.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또 "일반 병동에서 일하는 미화원이 병원 측에 마스크를 달라고 했는데 관계자가 '여사님들 것까지 우리가 챙겨야 하냐'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마스크를 받은 게 괜히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규정상 청소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환자들과 접점이 있는 청소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지급 받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단위로 마스크를 부서별로 배분하고 있지만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청소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 하나다. 일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마스크를 지급받는 것. A씨와 동료들은 "용역업체도 마찬가지지만 원청이 무책임한 것"이라며 "병원을 깨끗이 청소하는 사람들을 자기 식구라고 생각한다면, 마스크를 주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마스크가 제일 필요한 사람들은 의사나 간호사겠지만 우리도 똑같은 입장"이라며 "감염될 확률과 위험이 항상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지하철 청소노동자들 "마스크 구하기 어려워…감염 걱정에 덧대 씁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역사를 오가다 보니 감염에 대한 불안도 크다. 13년째 지하철 역사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C씨는 "요즘 마스크 쓰레기가 많아 치울 때마다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사람들이 뱉어둔 토사물을 치울 때에도 혹시 튀진 않을까 걱정되지만 이게 우리의 일이니 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역사 청소 노동자들은 자회사 정규직원이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한다"며 "본사도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역무실에서 만난 한 코레일 직원은 "우리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매주 두 장씩 마스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 "청소 노동자, 감염 우려 높아…정부, 마스크 지급 우선순위 정해야"
전문가들은 청소 노동자의 업무 특성상 감염 위험이 높아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오물에도 세균이 있어 감염 우려가 항상 있고 중증 폐렴 환자는 혈액, 소·대변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와 혈액 등이 손에 묻으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나 장갑 등 보호장구 착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의원이 관련 협회를 통해 마스크를 구매, 공급받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 상황이 부족한 점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해 공적 마스크 지급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신종플루를 겪을 때에도 위험도를 분류해 백신접종 우선 대상자를 정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제한된 마스크 공급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의료진, 청소 노동자들, 사회적으로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경찰, 검찰, 방역요원 등에게 우선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