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우리가 시간 벌어줘"…'책임'이 '기여'로 둔갑

WHO 사무총장과 전화통화에서 "中이 중요한 공헌"
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이 코로나19 가져왔을 수도"
코로나19 첫 환자 12월 아닌 11월 17일 가능성
中이 잃어버린 골든타임 더 늘어날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중국이 국제사회가 코로나19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줘다는 말은 중국 외교부 브리핑이나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코로나19 중국책임론을 중국기여론으로 바꾸어 놓는 그럴듯한 말인데 급기야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주석도 중국 기여론에 가세했다.

시 주석은 12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방제를 위한 노력과 급속한 복구 능력을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 통화에서 "중국 인민의 힘든 노력이 세계 각국의 전염병 방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면서 "국제사회는 행동에 박차를 가해 국제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강력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관련국들과 방제 경험을 공유하고 백신 등을 공동 개발하길 원한다면서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입' 역할을 하는 외교부 대변인은 한술 더 떠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까지 주장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에방센터 레드필드 국장은 하원에서 일부 독감 사망자가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군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미펑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앞서 코로나19가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었지만 우한의 병원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당시 치료받은 외국인들은 코로나19가 아닌 말라리아에 걸렸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의 또 다른 대변인인 화춘잉(華春瑩)도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았던 일부 사례는 실제로는 코로나19였다"면서 "이 병을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전적으로 틀렸으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최초 발생이 지난해 12월 8일보다 훨씬 빠른 11월 중순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이 코로나19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1월 20일까지 '잃어버린 시간'은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앞선 시점인 작년 11월 17일에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중국 정부의 미공개 데이터가 존재한다고 13일 보도했다.

SCMP는 그러면서 자신들이 확인한 중국 정부 데이터에 의하면 후베이성의 55세 남성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신문은 해당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0번 환자'인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작년 말까지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최소 26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사례는 나중에 감염 사실이 발견됐지만 감염 날짜를 역산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맞는다면 적어도 12월 하순까지 이 병이 무방비 상태로 퍼져 나가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SCMP는 "추적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감염) 사례들은 위협의 규모를 더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만큼은 기선이 잡힌 모양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전날 통계에 따르면 12일 하루에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명으로 처음으로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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