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관심은 미국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감염자가 1300명을 넘었고 38명이 사망했다. 땅이 넓어 인구 밀도가 낮기 때문에 확산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잦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리만큼 코로나19 진단검사에 적극적이라면 지금보다 확진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미국에서 자신의 비용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면 최고 3000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기사가 실린 적도 있다.
미국 정부도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11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서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레바논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이스라엘, 이집트 등이 지역감염 국가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특별입국절차가 이미 적용되고 있는 이란은 누적 확진자만 9000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354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해 정부는 일단 특별입국절차 적용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입국 차단과 같은 거친 정책보다는 해외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상당히 좋게 평가하고 있는 특별입국절차를 언제든 확대하고 또 대상 지역의 발생상황에 따라서는 특별입국절차를 완화할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유연하게 정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입국절차가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다만 한미관계와 함께, 미국이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30일 동안 금지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중국 전역과 홍콩·마카오, 일본, 이란·이탈리아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 등 강화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5개국이 추가되는 셈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유럽연합(EU)은 자체적으로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에 EU 회원국에서 경유하는 공항을 고려해서 결정했다"며 "5개국은 한국으로 직항편을 운영하는 공항들이 위치한 나라들이다"고 설명했다.
5개국을 경유해서 입국하거나 유럽을 출발해 두바이·모스크바 등을 거쳐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특별입국절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사실상 유럽 전역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같다.
고득영 모니터링반장도 "유럽 전체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고 나라 간 국경 통제가 없어서, 국내로 유입 가능한 거의 모든 공항에 대해 그물을 넓게 친다는 차원이 고려됐다"며 "5개국 이외에도 두바이나 모스크바를 통하거나 하는 등 주요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부분을 가급적 많이 포괄하겠다는 차원이다"고 덧붙였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의 조치는 유럽의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문 자체는 닫지 않으면서, 입국자들이 증상을 보일 때를 대비해 추적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유럽 국가들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11일 하루 기준으로 내외국인을 모두 합쳐 약 600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