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복지는 공공책무…종사자 급여 현실화해야

4·15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공약 제안 작업의 하나로 CBS노컷뉴스와 복지국가실현연대 총선지원단이 각계 전문가의 기고글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우수명 대림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참 좋은 일 하십니다."

사회복지종사자로 일하게 되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어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심리·사회·경제적 도움을 통한 자립과 지역사회 공동체 속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속가능한 안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공익적·사회적(social) 일을 하는 사람(worker)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 추구권의 구현과 '누구나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국가의 책무를 대신수행하는 것이다. 즉, 국가가 해야할 국민의 인권적, 헌법적 권리를 실현해가는 데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익적 일을 하는 노동자가 사회복지종사자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랫동안 사회복지종사자는 '희생과 봉사'가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강제로 요구 받았었다. 그 결과 세계 10대 무역강국에 평균 국민소득이 1인당 3만불을 넘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2교대제의 노동이나 매우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사회복지종사자를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물론 사회복지관 종사자처럼 과거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는 사회복지종사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기는 하다. 그리고 인건비 가이드 라인이 매년 정해져서 각 일선 시설로 배부되어 권장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2011년도에 제정되었고 2019년도에 개정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약칭 사회복지사법)이 있어서,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하여 사회복지사 등의 지위를 향상하도록 함으로써 사회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책무가 법적으로 확고해진 것은 다행이다. 즉, 사회복지종사자의 업무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근거가 분명해진 것이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라 일어난 2013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사회복지사의 날 기념식에서 한 사회복지사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도사를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사회복지사 처우향상 법' 시행 7년 무용지물'이라는 2019년 한 언론매체의 보도처럼, 이 법의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유사하거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전히 열악한 처우 속에 일을 해야 하는 사회복지종사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3,324명의 사회복지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2018년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이들도 여전히 셋 중 한명은 가이드 라인에 맞는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 폭력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는 등의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가정지원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의 여성가족시설(여성가족부), 지역아동센터(보건복지부), 학교사회복지 혹은 교육복지 그리고 청소년문화복지시설(교육부) 등 많은 사회복지종사자는 주관 정부 부처도 다르고, 위탁운영하는 법인도 다르며, 그에 따라 급여의 차이가 많이 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심지어 여성가족부 산하 시설처럼 인건비 기준의 68%~71% 수준으로 보장받는 경우도 있다. 즉 200만원을 받아야 한다면 136만원 수준으로 받는 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는 무기계약직으로 낮은 급여를 받거나, 매년 계약직으로 신분을 유지해야 하는 불안정안 처우 문제도 있다. 그리고 타 정부부처 산하의 기관으로 이직시 경력인정도 되지 않아 급여가 깍이는 등의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으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종사자는 생활의 안정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로 인해 숙련된 전문가들이 사회복지계를 떠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사회복지직 공무원과 동일하거나 유사업무를 수행하지만, 적용받는 수당에 있어서도 차이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지방공무원의 경우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직급보조비, 자격수당, 가족수당,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상여금,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다양하게 보장받으며 육아휴직 등에서도 권리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사회복지종사자는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시간외근로수당 정도거나 종사자처우개선비를 추가로 받는 지역이 있을 뿐이다. 특히, 평택복지재단의 2016년도 사회복지사 처우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연장근로수당은 40.9%가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지급받는 이들은 18.6%에 불과하였다. 또한 연장근로수당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상한선이 있어서 근무한 만큼 제대로 인정 받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사회복지종사자에게는 '희생과 봉사'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에 반하는 새로운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를 일하는 분야의 차이와 상관없이 공무원 수준의 '단일임금체계' 즉,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2020년 기준 공무원 인건비 인상률이 2.8%인 반면, 사회복지종사자 인건비는 3.88%를 인상하여 공무원 대비 평균 95%를 유지하도록 하였으며, 자녀돌봄 휴가제도와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하며, 맞춤형 복지포인트(25만원~30만원)를 년 1회 제공하고, 장기근속 휴가제도를 운영하는 등의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에 모범이 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는 국가 책무에 따른 공공의 업무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사회복지종사자의 단일임금체계를 마련하여, 시설 종별, 근무지역 그리고 주관 정부부처의 차이와 상관없이 공무원과 동등한 수준으로 통일하여 보장해야만 한다. 즉,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특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정당한 급여와 근무환경을 보장 받지 못하는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의 권리'를 우선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종사자 인건비 가이드 라인에 현실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 및 직업에 대한 차별 개선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국가를 대신해 국민복지 증진에 가장 앞서 헌신했던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우리 사회와 위험에 처한 많은 이들은 안녕과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헌신에 대한 국가의 처우는 많이 부족하였기에 사회복지종사자들은 '봉사와 희생'으로 버티어 왔으며,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시대가 되었다. 이제 품격있는 국가의 책임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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