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단감염 '빨간 불'인데…정부는 "병상 확보 문제없다"?

수도권, 인구 밀집한데다 외부 교류 잦아 감염병에 취약
대구처럼 급증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환자 대폭 늘어날 가능성 높아
정부 "전문가·병상 등 충분" 주장에 전문가들 "현장과 전혀 다른 얘기" 반박

지난 10일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감염병 위험지대'인 서울·경기 지역에서 구로 콜센터를 포함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방역당국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전문가 및 병상 등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방역당국의 주장과 달리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서울, 경기 환자가 늘어나면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구로 콜센터서만 64명 확진, 앞으로 더 늘어날 듯…반복되는 수도권 집단발병

서울시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만 최대 80여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집단 발병 사례 가운데 충남 '줌바댄스' 집단 발병 사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감염된 상황이다.

특히 감염자들이 근무한 11층에만 감염자를 포함해 207명이 근무했고, 같은 건물의 7~9층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같은 콜센터 직원은 약 700명에 달한다.

이미 직원의 가족 등에서 2차 전파도 확인됐기 때문에 콜센터 집단발병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집단 발병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은평성모병원과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 종로구 노인종합복지회관, 경기 분당제생병원, 수원 생명샘교회 등 서울·경기 지역의 두 자릿수 이상 집단 감염사례만 벌써 6건이다.

이를 포함해 지난 10일 0시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확진자는 317명으로,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 확진자 중 43.2%에 달한다.

◇인구 밀집·교류 잦은 수도권은 위험지대…대구처럼 급증하지 않더라도 방심 못해

지난 10일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임시폐쇄 공고문이 붙어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애초부터 인구가 밀집해 있고 외부 교류가 잦은 수도권은 '감염병 위험지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를 보면 수도권에는 국내 인구 절반 이상인 약 2592만 6천명(50.002%) 몰려있고,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시도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의 인구 밀도는 1만 6034명/㎢으로거의 대구(2773명/㎢)의 5.78배에 달한다.

게다가 수도권은 만원 지하철·버스 등을 이용해 서울과 위성도시를 오가는 장거리 출퇴근 인구가 많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외국과의 교류도 잦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도권에 전방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면서 방역 대응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10일 "구로구 콜센터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으로, 현재 '대규모로 뚫렸다, 전방위적으로 확산한다'는 판단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김남중 감염내과 교수도 "아직은 대구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구는 신천지에서 수천명 단위가 밀접한 거리에 모였고, 청도 대남병원도 폐쇄병실이었다. 콜센터는 그렇게까지는 (감염이) 퍼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하게 구체적으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콜센터 내부의 밀도, 확진자의 위치, 근무방식, 환기방식 등을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몇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대 안암병원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위험한 것도 맞고, 지켜봐야 하는 것도 맞다"며 "대구와는 양상이 다를 수 있지만, 환자가 많아질 위험은 높은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대구는 신천지라는 거대한 집단이 있던 독특한 상황이 있었고, 대처 방식도 독특하게 전수조사를 벌였다"며 "반면 서울, 경기는 대구보다 속도는 더디겠지만 환자 규모 자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 "수도권 대응 문제없다" 주장… 전문가들 "병상 부족 심각" 입 모아 반박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더 나아가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서울, 경기는 의료기관의 분포나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의 분포에 유리한 점이 있다"며 "입원격리병상, 생활치료센터를 미리 준비하도록 점검해 왔고, 수치상으로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 부본부장의 발언은 실제 의료 현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주요 대학병원은 병상 구하려면 2~3주씩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평소에도 지방의 중증 환자도 서울로 몰리기 때문에 중환자실은 언제나 자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 9일 0시 기준 전국 국가지정 음압 입원치료병상(병실) 가동률은 89.4%에 달한 가운데 서울도 96.8%로 위험수위고, 경기도 80.8%에 달한다.

최원석 교수는 "대구, 경북의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를 (수도권으로) 빼냈고, 서울, 경기에서도 이미 환자가 많이 발생해 이미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은 거의 다 점유됐다"며 "생각보다 만만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남중 교수도 "대구 상황이 어려뒀던 것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 소화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중환자가 많이 나온다고 가정하고 병상 배분 방식 등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2, 3차 병원이나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마련하고, 생활치료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리어 서울에서 지방으로 환자를 보내야 할 수 있다"며 "만약 확진자가 발생해도 병원 시설 일부만 폐쇄하고, 적어도 검사기능은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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