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 측과, 그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지분 대결 구도다.
현재 양측은 3.32% 정도의 격차로 초박빙 지분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승패가 오는 27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나면서 조원태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아직은 중립 지대인 국민연금(지분 2.9%)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보다 큰 3.7% 지분이 의외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자가보험과 사우회 지분이다.
◇ 전직원이 5천원씩.. '연금'처럼 쌓인 돈이 경영권 방어에 활용
대한항공 자가보험이란 임직원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활용되는 보험으로, 직원들이 월 5천원을 내면 회사가 그만큼을 함께 내 기금을 마련한다.
<자가보험>의 당초 운영규정에 따르면, 보험혜택에 쓰고 남은 여유자금은 "정기성예금 및 국/공채, 시탁형 수익증권의 매입, '자사주 취득' 등으로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자가보험> 측은 자사주인 대한항공 보통주 일부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3년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설립된 뒤 이듬해, <자가보험>은 갖고 있던 대한항공 보통주 전체를 한진칼 주식으로 교체해버린다. <자가보험>이 자사주(대한항공)가 아닌 별도 법인(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것인데, 그 지분율은 현재 2.47%에 이른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한진칼 측은 "지분의 취득, 처분, 의결권 행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품의서 하단에는 "한진칼 보유주식 지분율을 5% 이하로 유지", "5% 이상 보유시 금감원에 지분공시 및 대외노출"이라고 쓰여져, 이러한 결정이 은밀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 자가보험과 조원태, '특별관계' 인정되면 의결권 정지
문제는 <자가보험>의 운영이 대한항공 또는 한진칼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판단되면, 그 의결권이 정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주식 상황 변동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빠뜨릴 경우 위반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 사항 중 하나는 주식을 공동으로 취득‧처분하거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특별관계자'와 관련된 사항이다. 조 회장은 <자가보험>을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담지 않았는데, 이는 <자가보험>을 '특별관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량보유자인 조원태 회장과 <자가보험>은 '특별관계자'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을 넘어 대한항공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 <자가보험> 지분의 명의자가 대한항공 자산운영팀장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회사 직원들과 임원까지 결재했고, <자가보험> 보유 주식에 회사가 관리를 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신고를 해야 했다"면서 "이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를 해야 하고, 잘못됐다면 이 보유 주식에 대한 지분율은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사우회 지분까지...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 3.7%25 날아갈 수도
사우회 임원은 대한항공의 일부 간부들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데,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인사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회 역시 조원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특수관계인이 되는 셈.
그렇다면 조 회장이 내야 하는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담겼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현재 <자가보험>과 '대한항공 사우회' 측 지분은 조원태 회장 진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두 종류 지분의 합 3.7% 정도가 모두 의결권을 잃게 된다.
◇ 한진칼 '자체 규정에 따라 직원 뜻 반영할 뿐' 해명
이에 대해 한진칼 측 관계자는 "<자가보험>의 경우 내부 운영 규정에 따라, 전자투표를 통해 직원들의 뜻을 주주총회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체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특수관계인에 의한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면서 "구체적인 경위는 더 파악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재진은 <자가보험>의 한진칼 주식 확보 결정에 관여했던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