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대만 부럽다"던 보수언론…마스크 5부제에 '돌변'

지역 커뮤니티에 '마스크 구매 힘들다' 불만글 도배
대만 공적마스크 칭찬하던 보수 언론들 5부제는 비판 일색
언론연대 관계자 "마스크 민심, 정부 비판 도구 이용은 안돼"
"감염증 보도 가이드라인 없어…사람들 공포 자극만 계속"

'마스크 5부제'가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공적마스크의 안정적 구매를 위한 마스크 5부제 시행이 막상 도입되자 각종 질타를 받고 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음모론이 확산되는가 하면, 대만의 마스크 정책을 입모아 칭찬하던 보수 언론들도 입장이 돌변했다.

마스크 5부제 첫 시행일인 지난 9일 각 지역 주민들이 가입된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마스크구매가 힘든가봐요'라는 제목의 똑같은 글이 동시 다발적으로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의 주된 내용은 5부제 시행 후에도 여전히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각종 기사를 근거로 "5부제 실행으로 모두 구매 가능할 줄 알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첫날부터 이 약국, 저 약국 가고 육체노동을 하게 된다"며 "인터넷 기사를 보니 구매 성공률이 낮아서 모두 실망한 글들만 나온다. 구매한 분들은 정말 행운이다. 이래도 저래도 구매하기는 정말 힘든가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마스크 5부제가 첫 시행된 9일 주요 언론사들은 이와 관련된 르포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누구보다 대만의 공적 마스크 배급을 칭찬했던 보수 언론들의 논조가 막상 제도를 도입하자 180도로 뒤바뀌어 눈길을 끈다.

마스크 5부제는 앞서 대만이 마스크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마스크 실명 구매제도'와 유사한 원리를 가진다.

대만은 지난달 6일부터 국민들이 1주일에 한 번씩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하면 카드번호 뒷자리 홀수일·짝수일로 구분해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했다. 초기에는 성인 2매·어린이 4매였지만 5일을 기점으로 성인 3매·어린이 5매로 구매 수량이 늘어났다. 마스크 가격은 1매에 우리 돈으로 200원이다.

9일부터 시행된 마스크 5부제 역시 1주일에 한 번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날 약국에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하면 성인 2매에 한해 구매가 가능하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대리구매도 된다. 마스크 1매 가격은 1500원이다.

수량은 대만이 좀 더 많이 구할 수 있지만 마스크 품질에 있어 분명한 차이는 있다. 대만의 공적 마스크는 수술용 마스크이고, 국내 공적 마스크는 방역용 마스크이기 때문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코로나19 비말 감염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고, 약 7.5배에 이르는 가격 차이 역시 생산단계부터 발생하는 마스크 단가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보수 언론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대만 정부의 공적 마스크 제도를 칭찬하며 마스크 대란 속 우리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 '대만이 부럽다'는 기사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진 국내와 대만을 비교하면서 "지금 (대만에) 배워야 할 것은 탈원전이 아니고 방역 대책"이라고 정부에 일침했다.

중앙일보는 4일 실시간 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대만의 '마스크 맵'에 주목하며 "IT 기술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한 대만 사례는 마스크 수요·공급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한국 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8일부터 연일 대만 공적 마스크 제도를 '모범사례'로 조명했다.

우리 정부는 대만보다 구매 지정일이 더 세분화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지만, 극찬을 쏟아냈던 보수언론들은 정작 시행 하루만에 강도 높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9일 르포 기사를 통해 서울 시내 공적 마스크 판매처 21곳 중 구매가 가능한 곳이 1곳에 불과했다고 알리면서 시민의 목소리로 마스크 5부제를 지적했다.

해당 언론사는 '마스크 5부제가 마스크 구매를 더 어렵게 한다는 의견'이라며 시민들과 약사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한 시민은 "주민 명단을 가진 주민센터에서 마스크를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약사는 "전국 모든 약국이 마스크 판매점으로 전락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6일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분노한 시민들 목소리를 담았다. 성인 구매수량을 기준으로 수술용인 대만 공적마스크와 1매 차이가 나지만 일주일에 2매로는 현실적인 시민들의 수요를 채울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동아일보는 대만 마스크 제도를 조명한 8일에 이와 맥락을 함께 하는 마스크 5부제를 '문재인 사회주의'로 규정했다.

이 사설은 마스크 5부제에 대해 "9일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100% 관리하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모순적인 '말바꾸기'식 보도로 마스크 대란을 정부 비판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10일 CBS노컷뉴스에 "마스크에 동요하는 민심이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런 분노를 정부를 비판하는 데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어제까지는 대만 정책을 칭찬하다가 이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니 말을 바꾸는 보도는 모순이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감염증 등 재난 상황에서는 언론사들이 최대한 과잉 보도를 자제하고, 일관된 보도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언론사 내부에서도 서로 말이 다른 보도들이 많이 나왔다. 제대로 된 감염증 보도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뜻이다. 이조차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거나 유도하는데 쓰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밀접하게 체감할 수 있는 의제이고,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전체 방역 대응에서 이에 대한 절대적인 기사 생산량 자체가 과잉됐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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