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이전 거래일보다 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이 24.6%나 떨어진 것으로 이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거래되는 브렌트유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두바이유 가격도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모두 이전 거래일보다 가격이 크게 하락해 3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갔다.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산업 내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까지 겹치며 국제유가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앞서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세운 OPEC 국가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내려가는 유가를 붙잡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러시아는 '원유 생산을 줄여봐야 미국 셰일가스 기업만 이득'이라며 반대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미국 셰일가스 기업의 성장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결국 원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카드가 실패하자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왕 가격이 내려간다면 판매량이라도 늘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유가가 계속해 급락하면 언젠간 러시아가 감산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오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여파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기싸움까지 겹치며 국제유가는 급락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OPEC과 러시아의 가격전쟁이 벌어졌다"며 평가했고 "브렌트유가 2~3분기 최대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