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 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33)은 지난 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했다.
강속구 투수가 주름잡는 시대에 류현진의 주무기는 빠른 공이 아니다.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섞는 능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후 두 번째 시범경기 선발 등판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km를 밑돌았지만 제구력과 구종 활용 능력 여기에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까지 발휘하며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동안 탈삼진 4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류현진은 투구수를 64개까지 끌어올렸고 제구력의 달인답게 볼넷과 몸 맞은 공을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강속구에 의존하지 않고 타자를 요리하는 류현진의 마운드 운영 방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토론토에게는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포수 대니 잰슨은 경기 후 캐나다 언론 스포츠넷을 통해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공략할 줄 알고 이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억제하는 류현진의 능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잰슨은 "공의 속도를 조절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해 타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KBO 리그 시절 시속 150km를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지금은 공의 속도보다는 완급 조절에 더 신경쓰고 있다.
류현진은 "시속 160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 경기에서는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부럽지는 않다. 그저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날 잰슨과 호흡을 맞춘 류현진은 1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2회 선두타자 윌리 애덤스에게 2루타를 맞고 주자를 득점권 위치에 내보냈다.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조이 웬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후 두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1사 후 브라이언 오그레이디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쓰쓰고 요시토모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후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득점 위기에 몰렸지만 케빈 키어마이어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오른 류현진은 4회 역시 1회와 마찬가지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마이크 페레스를 1루 앞 땅볼로 잡아내고 교체됐다.
토론토가 탬파베이를 8대3으로 이기면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올해 시범경기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42(6⅓이닝 1실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