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개시 30분 전부터 약국 앞에는 20여명이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줄은 지난 주보다 확실히 짧아졌다. 다만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청소년들이 대기행렬에 가세했다.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약국 사무원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계산하면 약사가 마스크를 내주었다. 혼잡을 막기 위해 약국에는 2~3명 정도만 들어올 수 있게 했다. ‘5부제’를 모른 채 오거나 신분증을 빠뜨린 고객은 거의 없었다. 대기줄 첫 부분에 섰던 고객들은 줄을 선지 20여분 만에 마스크를 비교적 ‘수월하게’ 살 수 있었다.
60대 남성 고객은 “오늘은 줄을 별로 서지 않았다”며 “아마 나이대에 따라 파니까 그런 것 같다”고 밝힌 뒤 “(마스크 5부제가) 나름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70대 고객은 “지난주까지는 마스크 줄이 길어서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런데 오늘은 줄이 짧아 나왔더니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을 처방받으러 온 고객들이 이어지자 마스크 판매 시간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마스크 구매를 위한 신분확인과 결제를 하던 사무원이 처방전을 입력하고 약사도 약 조제를 해야 하는 바람에 마스크 행렬의 전진속도는 무뎌졌다.
다른 약국에서는 ‘왜 이리 느리냐’며 타박하는 마스크 고객들과 약사가 약간의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한 약사는 “1인 약국은 마스크 판매하랴 고객 응대하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업무 가중보다 ‘약국들 돈 많이 버니 일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이 더욱 힘빠지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공적 마스크 250장은 판매 개시 1시간 여만에 모두 팔렸다. 대기 중간 약국이 잔여량을 미리 고지하면서 줄만 섰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고객도 적었다.
한 약사는 “오전 내내 ‘마스크 언제 들어오느냐’는 고객 질문만 백여건 받았다”고 전했다.
이 약사는 “다음날 팔 공적 마스크를 미리 전날 배송하면 판매 시각을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관계자도 “지역마다 마스크 배송 시간이 달라 판매 시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다음날 판매분을 전날 미리 입고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첫 하루는 당일분 뿐 아니라 다음날 물량까지 공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지금과 같은 공급 한계 속에서는 당일 물량의 판매 시간을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