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측은 7일 한마음아파트 집단 거주지 의혹에 "해당 아파트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시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아파트가 '신천지 관리' 하에 있지 않다는 '선긋기'였지만, 대구 신천지 탈퇴자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한마음아파트부터 집단 거주지 형성까지, 그 자세한 내막을 CBS노컷뉴스가 대구 신천지 청년 탈퇴자들에게 들어봤다.
이들에 따르면 대구 신천지는 신천지 12개 지파 중 청년 비율이 전체 교인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많다. 탈퇴자들이 추산하는 청년 교인 숫자는 5천~6천명에 달한다.
그래서 신천지 내부 용어로 가정에서 '강제 개종'을 당하거나 '핍박'을 당할 경우, 경제적 독립 능력이 없는 청년 가출자들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기에 신천지 활동에 열성적인 '맹도' 교인들까지 더해져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런 집단 거주지가 훨씬 쉽게 형성된다.
대구 신천지 요직에 있었던 청년 탈퇴자 A씨에 따르면 '한마음아파트' 는 청년 교인들 내에서 '복지아파트'로 통했다.
이 탈퇴자는 "우리들 사이에서는 '복지아파트'로 불렸다. (상부에서) 입주 공지가 내려오거나 한 건 아니고 우리들끼리 알음알음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면서 "월세가 제일 싸고, '교회'에서도 가깝다 보니 많이 갔고, 주변에 여기로 입주를 준비하던 청년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월세가 저렴한 임대아파트 등 부동산 정보 공유는 대구 신천지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직책을 가진 '사명자들'이 추천 하기도 하고, 청년회 텔레그램 '정보창'에 올라온 부동산 정보가 각 부서와 팀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실제로 '교회'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신천지 교인까지 있었다.
A씨는 "저희끼리 정보를 돌린다. 대학교 커뮤니티처럼 '룸메'(룸메이트)를 구한다든지, 방이 비게 되면 '이어살기'를 구한다든지…저도 원룸에서 '룸메' 3명과 함께 살았다"면서 "교회 인근에 신천지 교인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어서 거기 소개를 많이 받아 청년들이 좋은 조건에 싸게 월세방도 들어가고 그랬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마음아파트 거주 교인들이 소모임 등을 통해 집단 감염이 됐다는데는 회의적이었다. '당을 짓는 모임을 금한다'는 교주 이만희씨 방침에 따라 이들은 철저히 구역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이 '구역' 구분이 단순 거주지가 아닌 탓이다.
지난해 대구 신천지에서 탈퇴한 B씨는 "아마 그 아파트 교인들이 여기 신천지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걸 알기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신천지는 교인들끼리 일대일로 만나는 것까지 다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구역 중심으로만 만난다.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신천지 교인이라고 해서 사적으로 모임을 가지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A씨 역시 "대학부 안에만 팀이 24개이고, 소모임이 200개 이상이다. 같은 부서나 팀에 속해 있었다면 거주자들끼리도 교류가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거주자 중심으로 소모임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라고 덧붙였다.
신천지 소유의 부동산은 아니지만 당연히 대구 신천지는 한마음아파트가 교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는 것처럼 신천지는 주소지를 옮기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 당연히 한마음아파트에 교인들이 다수 살고 있다는 걸 인식할 수밖에 없다. 청년회 안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아파트였다"고 이야기했다.
대구 종합복지회관 내 소재한 이 시립임대아파트는 대구시에서 근로하는 35세 미만 미혼 여성만 입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신천지 교인이 66% 이상 거주할 수 있었을까. 신천지 전문 이단상담가 C전도사는 신천지 위장 복지단체와 종합복지회관 간의 긴밀한 교류 관계를 이유로 꼽았다.
C전도사는 "공식적인 자원봉사단 외에도 각 지역마다 '복지회'로 불리는 위장 봉사단체들이 있다. 아마 신천지 단체임이 몰랐을 확률이 높고 대구시 종합복지회관 쪽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 입주자 선정 단계부터 편의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한마음아파트 외에도 교인들은 대구 신천지 인근 원룸촌과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 등에 모여 살고 있다. 그런 곳들을 합친다면 추가 집단 거주지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신천지 '교회' 중심으로 거대한 '신앙촌'을 이루고 있는 양상이다.
B씨는 "신천지 활동에 매진하다보면 오전 6시~6시 30분까지 교회에 출근하기도 한다. 늦게는 새벽 1시까지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보면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청년들은 다들 교회 인근으로 모여 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에서 가장 대규모인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대명역 인근에 일종의 '신앙촌' 개념으로 '역세권'이 아니라 '신세권'이 형성돼 있다. 교회 뒤편에 카페나 식당들도 신천지 교인들이 운영하는 장소가 많고, 그 인근 가격이 저렴한 원룸촌이나 아파트 단지에도 많이 산다"라고 말했다.
A씨 역시 "같은 빌라 1~2층에 사는 친구들도 많았고, 특히 신천지 청년들은 대학 기숙사에도 많이 들어간다. 아마 그렇게 집단 거주지를 찾으려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