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카데미 최우수상 안긴 심은경 주연 '신문기자'는?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 사회 현상을 알 수 있는 영화이기에 (한국인들도) 꼭 보면 좋겠습니다." _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신문기자' 원작자(2019년 11월 25일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서)

정부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부를 감추려 하고, 언론은 진실을 묻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군가 권력을 향해 불편한 질문을 던질 때, 변화는 시작된다.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의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는 일본 현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국가와 저널리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영화 속 사건은 아베 정권의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지난 2017년 불거진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을 정부로부터 허가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아베 총리는 연루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지난 2017년 6월 8일, 10분밖에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정례 회의에서 아베 정권의 2인자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에게 40분 동안 23회에 걸쳐 아베 정권 사학 스캔들과 일본 미투 운동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이토 시오리 사건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던 시기, 관행을 깬 질문으로 모치즈키 기자는 '일본 언론의 상징'으로 불리게 됐다.

영화는 이러한 정권의 스캔들과 이를 대하는 언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정권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나라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가장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은 이를 수수방관한다. 정권은 언론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아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그리고 국민은 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침묵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비판과 견제가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아베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려는 언론인에게 압박이 가해진다고 한다.

모치즈키 기자는 지난해 12월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한일 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 포럼에 참석해 "방송에서도 관저와 관련된 비판 프로그램을 하면 아베 총리의 비서관이나 관저 등에서 대놓고 왜 이런 보도를 하느냐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며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정권의 문제점을) 많이 보도하고 싶지만 보도할 수 없는, 의혹을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문기자'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본분을 잊지 않고 정부에 맞서는 기자의 모습을 그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반성 없는 현실의 아베 정권과 민주주의 훼손에도 침묵한 언론에 일침을 가한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또한 누구도 진실에 관해 묻지 않으려는 현실, '단 한 명'의 누군가가 던진 질문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국가와 미디어의 굳은 유착 관계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전한다. 그렇게 영화는 일본인은 물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엄혹한 현실에 맞서 일어서자고 말한다.

배우 심은경이 6일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탔다. (사진=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트위터)
이처럼 민감한 주제인 만큼 일본 배우들이 영화 출연을 꺼리기도 했다. 인기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와 미츠시마 히카리가 해당 배역 제안을 받았지만, 반(反)정부 이미지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인이라 이러한 위험 부담이 없는 심은경이 요시오카 역을 맡아 열연했고, 지난 6일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1978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이 만들어진 이래 최초이며, 역대 최연소(26살) 수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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