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입국제한' 日아카데미 '주연상' 엇박자 왜?

일본 아베 정부 일방적인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이튿날 심은경, 日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
호사카 유지 "한일 관계에 던지는 메시지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배우 심은경(사진=연합뉴스·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트위터)
일본 아베 정권이 일방적으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내린 이튿날, 공교롭게도 일본 아카데미상은 한국 배우 심은경에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이 엇박자는 일본 시민사회가 아베 정권에 저항하는 흐름을 보여준 일화라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지난 5일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을 2주간 지정 시설에 격리한 뒤 입국 여부를 허가한다고 밝혔다. 대상자들이 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이달 말까지 중단하는 등 조치도 병행했다.

그 이튿날인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심은경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은경에게 상을 안긴 '신문기자'는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에 원작을 둔 영화로, 아베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호평을 얻었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몹시 보수적인 색깔을 띤 영화상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 2013년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한 극우 영화 '영원의 제로'(永遠の0)에 최우수 작품상을 줘 도마 위에 오른 일은 그 단적인 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8일 CBS노컷뉴스에 "그동안 일본 아카데미상은 '정권 친화적인 영화에만 상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 왔다"며 "이번에 아베 정권을 비판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심은경에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줌으로써 보편적인 영화상으로서 가치를 높이려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사실상 한일간 입국금지 상황에서 심은경의 이번 수상이 양국 관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며 "지난해 말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이후 아베 정부와 일본 문화예술계 사이 대립각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번 아카데미상이 그러한 맥락 안에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입국제한 조치를 두고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이 일본 우파 요구를 수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보도가 현지 매체에서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 우파는 한국 보수 야당과 똑같이 코로나19를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해 왔다. 그들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 아베 정권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지지율도 떨어진 것이다. 아베 정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고, 혐한 세력이 주를 이룬 일본 우파로부터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도 포함시킨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우파 매체 산케이신문마저 아베 정부의 실책을 계속 비판하는 등 보수 안에서도 꽤나 이성적인 반발이 일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안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비교하면서 '일본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보도가 많이 나온다. 이 점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은 일본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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